유퀴즈 제작진의 엔딩 자막이 '편파 출연' 논란에 기름 부었다[SNS눈]

입력
2022.04.28 13:00
수정
2022.04.28 14:06

27일 방송 마지막 자막 통해 '사실상' 첫 입장 내놓아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달라"
누리꾼들 "제작진 심경 이해" VS "반성 없는 변명"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 이후 이른바 '예능 정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제작진이 간접적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tvN 캡처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 이후 이른바 '예능 정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제작진이 간접적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tvN 캡처

"슬프다. 제작진도 일개 직장인 아니냐" VS "중립 지키지 않아놓고 변명만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출연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유퀴즈 제작진이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밝힌 입장을 두고 온라인에서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27일 유퀴즈 방송은 '윤 당선인 출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불공평한 방송 제작이 아니냐'는 논란 이후 첫 방송이었다. 앞서 윤 당선인이 20일 유퀴즈에 출연한 뒤 방송사 CJ ENM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의 출연 의사를 거절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편파 섭외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어 '진행자 유재석이 정치인의 출연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내용이 밝혀지자 논란은 유재석에게까지 옮겨붙었고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었던 현근택 변호사는 "국민MC라면 이 정도 질문에는 답을 하고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유재석의 답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퀴즈 제작진은 그동안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런 제작진은 이날 방송의 마지막 자막을 통해 최근 논란에 대한 '사실상' 첫 입장을 밝힌 것. 그 시작은 "2018년 어느 뜨거웠던 여름날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길바닥의 보석 같은 인생을 찾아다니며 한껏 자유롭게 방랑하던 프로였다"는 소개였다. 이어 "유퀴즈는 우리네 삶 자체였고 그대들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들의 블루스였다"며 "이 프로그램으로 일궈 온 수많은 스태프, 작가, 피디들은 살면서 또 언제 이토록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속사정을 전했다.

제작진은 유재석을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매 순간 진심이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고 조세호는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답게 만들어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방송 내용과 형식이 바뀐 점도 언급했다. "두 사람과 함께한 사람 여행은 비록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제작진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면서도 매주 정성을 다해 일했기 때문에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면서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며 마쳤다.



"유재석이 최대 피해자...유재석만 욕먹였다"

2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했다. 사진은 유재석이 오프닝에서 윤 당선인에게 출연 계기를 묻는 모습. 티빙 캡처

2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했다. 사진은 유재석이 오프닝에서 윤 당선인에게 출연 계기를 묻는 모습. 티빙 캡처

이날 공개된 제작진의 마음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외압을 향한 항명'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한편에서는 '비겁한 변명'으로 이해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의 한 이용자는 "제작진도 일개 직장인이다"라면서 "위에서 마구잡이로 방송 출연하겠다는데 그거 거절 못 하고 힘들었던 제작진이 당근을 흔드는 거다"라고 밝혔다. '당근을 흔든다'는 말은 '긴급한 상황이라면 당근을 흔들어 도움 요청 표시를 해달라'라는 인터넷 유행어에서 나온 말로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어려움을 표시한다는 뜻이다. 다른 누리꾼들은 "당근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포대로 던진다(미*)", "눈물난다. 당근을 박스째로 흔들고 있지 않냐(니*)"고도 했다.

또 "보통의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꽃밭을 망치지 말아 달라는 말이 비장하기까지 하다(fr*****)", "엔딩이 묵직하다. 한 사람 때문에 이게 다 무슨 일이냐(doo****)"는 의견이 있었다. 이들은 제작진이 밝힌 심경을 '왜 평등하게 방송을 제작하지 않았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이해했다. '윤 당선인의 출연은 제작진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는 방송을 흔들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같은 커뮤니티에서는 "허울만 번지르르한 자기 변명이다"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외압인지 아닌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었으면 진창에 발을 담그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누리꾼과 "윤석열은 출연시키고 문재인은 배제했던 것에 반성 없이 '모두 당신들 때문이다'는 것은 이미 휩쓸려서 한쪽에 흔들려놓고 (제작진은) 꼿꼿했던 것처럼 말하는 뻔뻔한 행동(Wi***)"이라고 했다. 정치인의 출연을 계속해서 거절해왔다면 윤 당선인 출연도 사전에 막거나 행동을 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퀴즈 제작진이 '결과적으로는 누구는 선택하고 누구는 안 한 것'으로 이해했고, 제작진의 심경 발표는 '우리를 비난하지 마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진행자 유재석을 향한 여론은 대체로 하나였다. '유재석이 최대 피해자'라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유재석 방패막 안에 숨어서 유재석만 욕먹였다(rice*****)"고 했고, 다른 누리꾼은 "진행자들 이름 팔아서 하는 변명이라니(사십*******)"라고 비판했다.


소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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