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지난해 640만개 팔린 감자빵 "줄 세우면 지구 한 바퀴"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진짜 감자인가 싶어 찔러 보면 말랑말랑한 빵이다. 2020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밭'의 이미소(30) 대표가 만든 춘천 감자빵은 지난해 640만 개가 팔렸다. 지름 7㎝의 빵을 줄 세우면 지구 한 바퀴를 돈다. 출시 2년 만에 닭갈비의 아성을 위협하는 지역 명물이 됐다.
감자빵 회사, 밭이 주목받는 건 지난해 연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는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밭은 지역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다. 27일 전화로 만난 이 대표는 "농사가 힘든 게 농사를 다 짓고 나서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저희는 계약금과 씨앗을 먼저 지급하고 그 농가에서 나오는 감자는 크기나 모양에 상관없이 모두 수매하는 계약 재배를 하기 때문에 농가는 마음 편히 농사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감자빵에 들어가는 감자만 2,000톤을 초과할 전망으로, 밭과 계약 재배를 하는 농지 규모만 전국적으로 20만 평에 달한다. 감자빵이 많이 팔릴수록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감자 농가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의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이 대표가 감자 사업에 뛰어든 건 우연이었다. 투자자였던 아버지가 감자 종자권을 샀고, 아버지의 농사를 돕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감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곁에서 지켜보니 가격 경쟁을 해서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 5,000개 농가가 모두 똑같은 품종의 수미 감자 농사를 짓고, 이게 가락시장에서 크기별로 나눠지다가 결국에는 50원, 5원, 3원씩 싸게 파는, 가격 경쟁을 하는 구조거든요. 그보다는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우리 만의 스토리가 담긴 아이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행착오 끝에, 쌀가루와 전분이 들어간 쫄깃쫄깃한 반죽 속에 으깬 감자를 넣은 지금의 감자빵이 탄생했다. 빵의 27%가 국산 감자로 이뤄진 진짜 감자빵이다. 이 대표의 아버지, 유기농 사과 농사를 짓던 청년 농부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감자빵을 탄생시킨 스토리도 빵의 인기에 한몫했다.
이 대표는 밭이 "단순히 빵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농촌과 도시를 잇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춘천 감자밭처럼 지역 농가의 스토리가 담긴 복합문화공간도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강릉에 콩밭을, 양구에 사과밭을 새롭게 선보인다. 그는 "소득 불평등, 부동산, 취업난, 저출산 같은 많은 사회 문제가 사람들이 서울에 너무 몰려 살아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며 "강원도에 와서 살고 싶게끔 전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