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법사위→본회의→필리버스터... 여야, 24시간 꼬박 '검수완박' 대치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27일 국회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탓에 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새벽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 결국 본회의 상정에 성공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격했고, 저녁 본회의가 열리자마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민주당 역시 필리버스터로 맞대응을 하며 24시간을 꽉 채운, 여야의 대치가 이어졌다.
0시 12분. 검수완박 법안 법사위 통과
전운은 자정을 넘겨 법사위 회의에서부터 고조되기 시작했다.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연 민주당은 0시 12분쯤 검수완박 개정안 2개를 전체회의 개의 8분 만에 의결했다. 양측 다 감정이 폭발했다. “술 먹고 어디서 행패냐” “가만두지 않을 거다” 등 험악한 말들과 몸싸움이 오갔다.
오전 9시 30분. 국민의힘, 농성 시작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단 등 25명은 아침이 되자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실력행사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 실력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심산으로 검수완박 강행처리를 시도한 것”이라며 “구린 데가 많다 보니 검찰 수사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말로만 검찰개혁, 실체는 이재명 지키기’ ‘서민과 약자 울리는 검수완박’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권력비리 은폐 시도하는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오후 2시. 국회의장 중재 결렬
22일 중재안 제시로 극적 봉합을 이끌었던 박병석 국회의장에게도 더 이상의 묘수는 남아 있지 않았다. 오후 2시 의장실로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를 시도했으나 1시간 만에 두 사람은 돌아섰다. 박 의장은 결국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의원총회 추인까지 거쳐 국민께 공개적으로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오후 5시 본회의 개최를 선언했다.
양측은 파국의 책임을 상대에 떠넘겼다. 먼저 자리를 박찬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법 관련 조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에서 일어난 불법행위를 반드시 징계하고 사법처리에 응해 줄 것을 (의장께) 요구했다”고 말했다.
오후 3~5시. “효력정지 가처분” vs “우리도 필리버스터”
본회의 개의 소식에 여야는 전열을 가다듬었다.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권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웅ㆍ김형동ㆍ김미애 의원을 ‘필리버스터’ 주자로 낙점했다. 본회의 상정이 국회법에 위반된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권 원내대표는 “상임위 안건심사보고서가 제출된 지 하루가 지나야 본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데도, 새벽에 졸속처리된 법안을 같은 날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구했다.
민주당도 맞불 전략으로 나왔다. 의총을 통해 김종민ㆍ안민석 의원을 필리버스터 주자로 정했다. 향후 임시국회 회기를 쪼개 법안을 처리하는 ‘살라미 임시회’를 진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오후 5시 6분. 필리버스터 전쟁
오후 5시 6분, 박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시작된 입법전쟁은 다시 28일 0시 일단락됐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방어에도, 이에 앞서 임시회 회기를 이날로 종료한다는 ‘회기 결정’ 안건이 민주당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임시회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료된다는 국회법 조항을 민주당이 십분 활용한 것이다.
필리버스터 전쟁은 치열했다. 권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검수완박 법안이 왜 부당한지, 여야 합의안을 왜 파기해야 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뭘 하다가 정권 말기 마치 군사작전하듯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느냐”면서 “검찰을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심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재판정에서 외쳤다는, “쿠이 보노(Cui Bonoㆍ과연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인용해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자가 누구냐.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진 않겠다. 바로 민주당”이라고 직격했다. 여야 합의안 파기에는 “중재안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국민이 질책하면 사과해야 한다. 이것이 책임 있는 정치”라고 해명했다.
이어 단상에 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거론하며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검찰 수사도 통제받아야 한다. 통제받지 않는 수사는 개인의 선의와 관계없이 타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사단과 친한 특수부 검사들이 요직을 장악하도록 우리가 허용해 줬다. 인간을 믿고 초과 권력을 주면 반드시 그 칼로 남을 해치고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세 번째 주자로 나선 검찰 출신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 선진화니, 수사 기소 분리니 (하는 주장은) 다 거짓말"이라며 "(검수완박 입법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산자부 원전비리, 울산시장 개입사건을 수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