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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트위터, 표현의 자유

입력
2022.04.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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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CEO가 14일 캐나다 밴쿠버 'TED 2022 콘퍼런스'에서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와 대담하며 트위터 인수 사실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CEO가 14일 캐나다 밴쿠버 'TED 2022 콘퍼런스'에서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와 대담하며 트위터 인수 사실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25일 55조 원에 트위터 전 지분을 인수하기로 합의,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의 무모한 도전이 사업적으로 성공할지도 관심이지만 SNS에 극우의 진지가 구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가 트윗 삭제, 영구 정지 등에 반발해 왔던 것으로 미뤄 혐오·폭력적 발언을 규제하던 트위터 게시물 정책을 손봐 극단주의자가 진입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탓이다. 트위터에서 퇴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복귀하냐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 ‘통제 없는 SNS’는 머스크의 신념에 가깝다. 8,300만 명의 팔로어를 둔 인플루언서로서 스스로 “표현의 자유 절대론자”라고 일컬었고, 도 넘는 조롱의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1월 트럼프 계정이 영구 정지됐을 때에는 “많은 이들이 기분 나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신념은 14일 테드(TED) 콘퍼런스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트위터 인수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다. 신뢰할 수 있고 포용적인 공공 플랫폼이 있는 게 문명의 미래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 인터넷에는 머스크처럼 검열에 반감이 크고 뭐든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이 많은데, ‘표현의 자유’가 종종 ‘혐오의 자유’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N번방 방지법이 검열이라는 반대가 그렇고, 장애인 단체를 비난하면 왜 안 되느냐는 반문이 그렇다. 문화 연구자 앤절라 네이글은 전통 보수와는 구분되는 온라인 신우익이 1960년대 좌익의 위반의 문화, 즉 권위를 무시하고 일탈을 일삼는 문화를 계승해 성장했다고 분석했다(‘인싸를 죽여라’·오월의 봄).

□ 미국에서 규제 없는 표현의 자유가 혐오·폭력 창궐로 치달은 단적인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an) 에잇챈(8chan)이다. 우리나라에는 호남 비하, 세월호 희생자 모욕, 여성 혐오, 장애인 등 약자 비하로 악명을 떨친 일베가 있다. 이렇게 싹튼 온라인 극우 세력이 포퓰리즘 정치의 배경이 됐다. 트위터의 변화는 포챈만큼 극단적이지 않아도 영향력은 클 것이다. '머스크의 트위터'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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