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배달 주문 곤두박질… "매장에 급하게 테이블 놨어요"

입력
2022.04.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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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진입장벽에 코로나 유행 첫해 3배 급증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매출 절벽 직면
매장영업 병행·주방 공유 등 자구책 안간힘

19일 오후 서울의 한 식당 입장 대기 줄 사이로 배달원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의 한 식당 입장 대기 줄 사이로 배달원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 배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37)씨는 최근 매장에 테이블 5개를 설치해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음식을 서빙할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했다. 슬슬 감소세를 보이던 매출이 이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기점으로 곤두박질치자 마련한 자구책이다. 이씨는 "이달 들어 배달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었다"며 "거리를 오가는 손님이라도 받으려고 알바생 인건비를 감수하고 매장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음식 배달·포장 전문점들이 일상회복 분위기에 울상을 짓고 있다. 배달 수수료, 원재룟값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정부 방역지침 전환으로 배달음식 수요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영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터라 매출 회복이 쉽지 않으리란 전망 속에 자영업자들은 위기를 타개할 방도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2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배달·포장 전문점들은 매출 감소에 대응해 △접객 공간을 확보해 매장 영업을 병행하거나 △다른 자영업자와 주방을 공유해 메뉴를 다양화(일명 숍인숍)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수제버거 배달전문점 사장 배모(54)씨는 "원재룟값과 배달앱 수수료로 실제로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전체 매출의 10~20% 수준"이라며 "임대료라도 분담하기 위해 주방을 공유할 사업자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엔 이달 들어 '배달전문점 급매' 게시물이 하루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다. 송파구에서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던 우모씨는 "배달전문점이 너무 많아졌고 물가 인상과 배달 수수료 등을 감당하느라 최근엔 계속 적자 상태였다"며 "2018년부터 장사를 시작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터라 권리금이라도 받으려고 가게를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배달·포장 전문점은 적은 인력과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국면에 적합한 자영업종으로 각광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주요 배달 플랫폼에 등록된 배달음식점은 2019년 4만8,050곳에서 2020년 14만9,080곳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그런 만큼 코로나19 엔데믹화(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른 시장 변화로 심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위원은 "배달 중심 업종의 가장 큰 문제는 매출 총액에서 배달 수수료, 주류세 등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라며 "손실보상금을 받을 때도 불리한데, 현행 제도는 (이익이 아닌) 매출 감소분을 기준으로 보상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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