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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마스크 해제 한 달 뒤에 하자" 안철수식 과학방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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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 마스크 해제’ 시기가 한 달가량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코로나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 여부를 5월 하순에 판단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적용될 로드맵을 이렇게 제시했으니, 당장 다음 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려던 방역당국은 난감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철수식 과학방역이 대체 뭐냐는 지적도 나온다. K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한 뒤 그와 대조적인 과학방역을 하겠다 했을 때는, 쓸데없이 과도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큰 효과가 없다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한 달 정도 더 연장하려는 건, 결국 새 정부에서 마스크 프리 선언을 하고 싶다는 정치방역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안 위원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보건의료분과가 논의해 확정한 ‘코로나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공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새 정부는 출범 후 30일 안에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 시기를 검토하게 된다. 예정대로 29일 실외 마스크 정책을 발표하겠다는 현 정부에 대해 안 위원장은 “5월 하순에 판단하는 게 옳다고 권고했으니 지켜보겠다”고 압박했다.
미래 권력의 으름장에 그간 '실외 마스크가 현재로선 큰 효과가 없다'는 말을 반복해왔던 방역당국도 발언 수위를 크게 낮추는 모습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인수위가 제시한 의견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표할 예정”이라고만 언급했다.
확진자에 대한 7일 격리 의무 해제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의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에 따르면 ‘이행기’에서 ‘안착기’로 전환하는 다음 달 23일쯤 격리 '의무'가 '권고'로 바뀌게 된다. 인수위는 이 문제 또한 새 정부 취임 후 100일 안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격리 의무 해제 일정 또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인수위가 과학방역을 내세운 건 근거 없이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일률적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실외 마스크와 확진자 격리에 대해 인수위 역시 뚜렷한 근거나 설명 없이 해제 일정을 미루는 듯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그보다 더 큰 문제점으로 올가을쯤으로 예상되는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100일은 재유행 대처를 위한 ‘골든타임’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면역 저하, 새 변이 출현 등에 대한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2년간의 경험에서 드러났듯 핵심은 병상과 인력 문제 해결이다.
그런데 로드맵에 명시된 재유행 대비책은 △상시 대응 가능한 코로나 병상 7,700개 확충 △중환자 전담 간호사 양성 △의료자원 적시·적절 배치 등에 그쳤다. 지금까지의 내용과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 일상 의료체계 준비도 △호흡기전담클리닉 확충 △긴급치료병상 1,400개 추가 △권역별 코로나 대응 거점 응급실 확보 등 현 대책의 연장선 수준이다.
과학방역의 수단이 될 △전국 항체양성률 조사 △코로나19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로드맵에 담기긴 했다. 그런데 이 사업이 실제 방역에 언제 얼마나 반영될진 미지수다. 안 위원장은 “특정 업종 전체를 대상으로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다른 생활방역 체계를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인수위가 가장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백신 피해 보상 또한 손에 잡히는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코로나 재유행 위험을 감안하면 백신의 주기적 접종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 백신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방역정책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인수위는 백신 접종 '인과성'을 넘어 '관련성'까지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로드맵에 구체적 내용은 빠졌다. 다만 인과성이 인정되지 못한 질환에 지원하는 의료비와 사망위로금 한도를 각각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나마 나아졌지만 '폭넓은 인과성 인정'을 바라는 피해자들의 요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새 정부가 로드맵을 통해 방역과 의료대응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했다"며 "가을이나 겨울 새 변이 유행 전에 대응 시스템을 재정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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