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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이창용 “S공포 없다” 강조하지만...곳곳서 들리는 '경고음'

입력
2022.04.27 2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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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IMF 연달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추경호, 이창용은 "스태그 아니다" 강조
정책 대응 '골든타임' 놓칠 수도 우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속 물가만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조만간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등 각종 경제지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인데, 정작 새정부의 재정·통화 정책 수장은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경제 전망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안이한 판단으로 정책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WB·IMF 경고에도 추경호·이창용 "스태그플레이션 아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을 통해 “현재 우리 경제가 통상적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지만,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후보자 시절 “물가오름세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겠으나 국내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나온 주요 경제기관의 진단과 전망은 우리나라 재정통화 정책 수장들의 그것과 방향이 사뭇 다르다.

세계은행(WB)은 이날 발표한 상품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식량·에너지 가격이 향후 3년간 상당 부분 유지되면서 세계 경제가 1970년대 경험했던 스태그플레이션에 다시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25일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심각한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놓여 있다”고 내다봤다.

성장률은 추락하는데 물가는 4%도 넘겨

WB·IMF가 우리나라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국내외 경제 전문가 다수는 각종 경제지표를 근거로 한국 경제지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우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되고 있다. IMF는 기존 3.0%에서 2.5%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대도시 봉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가능성 등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라며 "대외 악재가 본격 반영될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0.7%)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해 10월(3.2%) 9년8개월 만에 3%대에 올라선 물가상승률은 올해 2월(3.7%)까지 다섯 달 연속 3%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4.1%까지 뛰었다. 이날 발표된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3.1%)도 9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들이 예상한 물가상승률이다.

물가 역시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소비 활동이 늘어나는 데다,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정부의 추가 재정 집행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정·통화정책 수장의 경제 진단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회복될 거라는 상당히 낙관적인 기대에서 비롯된 발언"이라며 "그렇다보니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가장 확실한 정책인 금리 인상 대신, 오히려 물가 상승세를 부추길 대규모 추경 등 부적절한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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