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폭등에 39년 숙원 울릉공항 건설 '비상'

입력
2022.04.29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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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수중기초 '케이슨' 제작 차질
10개 만들었어야 하지만 3개만 완성
시멘트 등도 올라... 25년 준공 어려워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만신항 케이슨 제작공장 현장. 웬만한 빌라보다 더 큰 케이슨은 플로팅도크에 실려 항만 밖으로 옮겨진 뒤 예인선에 끌려 50여 시간의 항해 끝에 울릉공항 활주로 건설현장에 투하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만신항 케이슨 제작공장 현장. 웬만한 빌라보다 더 큰 케이슨은 플로팅도크에 실려 항만 밖으로 옮겨진 뒤 예인선에 끌려 50여 시간의 항해 끝에 울릉공항 활주로 건설현장에 투하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환율 변동(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경북 울릉군 주민들의 39년 숙원 사업인 울릉공항 건설에 비상이 걸렸다. 공항 건설에 주요 자재 가격은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완공 계획 시점인 2025년까지 공사를 마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울릉군 등에 따르면, 울릉공항 시공사인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지난해 말부터 활주로 기초용으로 바다에 투입될 케이슨(caisson)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이슨은 수중 구조물이나 기초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상자 또는 원통 모양의 구조물로, 시멘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진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총 30개 케이슨 가운데 10개 정도 만들어야 했지만, 3개를 완성했고 6개를 제작 중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철근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물량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슨은 바다를 매립해 건설되는 울릉공항에서는 필수적이다. 길이 1,200m, 폭 36m로 들어설 활주로의 바닥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공항이 들어설 울릉읍 사동리 앞바다 수심이 약 30m로 워낙 깊다 보니 바닷속에 투입될 케이슨의 한 개 크기가 도심 대형 건물과 맞먹는다. 울릉공항 케이슨은 개당 길이 약 32m, 너비는 19.95~32m, 높이는 18m~27.5m에 달한다. 무게만 해도 가장 작은 게 8,589톤이고, 가장 큰 것은 1만6,411톤이다.

울릉공항이 들어설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울릉항 전경. 김정혜 기자

울릉공항이 들어설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울릉항 전경. 김정혜 기자

그런데 이 케이슨에 들어갈 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건설사들이 철강사에서 납품받는 철근 가격은 지난해 4월 톤당 84만 원에서 이달은 114만 원으로 1년 새 35.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시멘트 가격은 15~17% 뛰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철근 구입 비용을 10% 올려줬지만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30% 이상 올라 자재 수급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며 “전체 공사 일정을 조정해 공정률을 맞추고 있지만 시멘트, 레미콘 등 다른 품목도 계속 오르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21일에는 조달청이 2년마다 실시하는 철근 구매계약이 처음으로 유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례 없는 가격 폭등에 제강사들도 수요처 확보보다 손실을 피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관급 철근 유찰로 공공 건설현장 철근 수급난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슨 제작 등에 차질이 생기면서 울릉공항 건설도 2025년 말 완공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원래 2020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활주로 건설에 투입될 가두봉의 암석 강도가 기준에 못 미쳐 공정이 바뀌고 공사비가 20% 이상 증액돼 완공 시점도 5년 뒤로 미뤄졌다. 울릉군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당장 예전 수준으로 떨어져도 준공 예정일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 건설 현장은 시장 상황에 맞게 비용을 바로 증액시킬 수 없어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완공 시점은 훨씬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만신항 케이슨 제작공장 현장. 웬만한 빌라보다 더 큰 케이슨은 플로팅도크에 실려 항만 밖으로 옮겨진 뒤 예인선에 끌려 50여 시간의 항해 끝에 울릉공항 활주로 건설현장에 투하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만신항 케이슨 제작공장 현장. 웬만한 빌라보다 더 큰 케이슨은 플로팅도크에 실려 항만 밖으로 옮겨진 뒤 예인선에 끌려 50여 시간의 항해 끝에 울릉공항 활주로 건설현장에 투하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포항·울릉=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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