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은 '품지 못함'을 후회하고 있을까

입력
2022.04.27 19:00
25면

편집자주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주역(周易)의 첫 번째 건괘(乾卦)는 '항룡유회(亢龍有悔)'로 끝을 맺는다.

'항룡'은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간, 곧 '승천(昇天)한 용'이다. 최정상까지 올라갔지만, 언제까지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내려갈 일만 남았다. 내려갈 때는 후회와 탄식만 가득하다. 효사(爻辭)에도 '가득 차면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盈不可久)'고 했다. 공자는 항룡에 대해 "너무 존귀해 남을 업신여기고, 주변의 충언이나 조언을 듣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괘는 이렇듯 성자필쇠(盛者必衰)와 권력의 부침(浮沈)에 대해 용(龍)의 발전 과정을 통해 자세히 묘사했다. 주역은 변화에 순응할 것과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을 잃지 말 것을 강조한다. 스스로 분수를 알고 만족하는 삶이 이롭다는 교훈이다. 주자(朱子)도 "주역의 주된 취지는 대체로 극도로 번성하고 충만할 때 경계를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로스(Icaros)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게 된다. 그러나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는 발명가인 아버지 다이달로스(Daedalus)의 충고를 무시해 결국 녹아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만다.

이러한 사례와 교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하며 현재도 반복된다.

어떤 자리든 언젠가 물러난다. '아름다운 이별'이 없듯, '화려한 퇴진'도 형용모순이다. 일반적으로 물러나는 사람은 대부분 밀려난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적인 교체이지만 뺏긴다는 기분을 갖는다. 후임자에 대한 평가는 박하며 시기심도 생긴다. 그동안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보다 허탈한 마음이 먼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염량세태(炎涼世態)에 야속함을 넘어 때론 원망과 분노를 느낀다.

어느 분야든 최고 자리에 있으면 초심은 사라지고 오만과 독선이 생긴다. 의전에 익숙하고 법이나 도덕에 무뎌진다. 하지만 무소불위 권력일수록 그 끝은 초라하고 비참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많은 회한을 후회와 반성이란 단어 없이 아쉬움과 이해 부족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후회하는 것은 인사 문제일 것이다.

중국 역사에 '정관의 치(貞觀之治)'로 가장 번영했던 시대는 당 태종 이세민이 이끌었다. 이 태평성대를 일조한 일등 공신은 위징이다. 위징은 한때 반대편에서 이세민을 죽이려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세민은 그의 올곧음을 높이 평가해 그를 황제에게 의견을 내는 간의대부(諫議大夫)에 임명했다. 이후 수백 건이 넘는 간언이 이어졌다. 태종은 이 과정에서 "몇 번이나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훗날 위징이 숨진 뒤 태종은 "(나를 비추는) 거울을 잃었다"며 애통해했다. 고사성어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以人爲鏡)'의 유래다. 태종의 담대함과 포용력이 스스로 역사의 위인으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도 위징과 같은 강골 기질을 가진 당시 윤석열 검사와 최재형 판사를 발탁해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그들을 끝까지 품질 못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이세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들을 반대편으로 만들어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처음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옛말에 "사람을 의심하면 쓰지 말고,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擬人莫用 用人勿疑)"고 했다. ('명심보감')

이는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했다.

앞으로 권력자들은 간언(諫言)하는 양신(良臣)보다는, 무조건 복종하는 충신(忠臣)만 기용할 것이다.

전형일 명리학자‧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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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명리학자·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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