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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친서 교환 며칠 됐다고 "핵 사용" 위협인가

입력
2022.04.27 04:30
27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기를 전쟁 방지의 방어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 선제사용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은 군사 정책의 중대한 변화이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심각한 도발이다. 문제의 강경 발언은 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관계개선 기대를 언급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핵 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의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담화를 통해 언급한 적은 있으나 김 위원장이 핵 사용 위협을 노골적으로 한 것은 10년 집권 동안 없던 일이다. 러시아처럼 핵 사용의 모호성을 강조해 미국에 경고하거나, 윤석열 새 정부의 선제타격 능력 확보에 대한 대응일 수는 있다. 하지만 핵을 위협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고 국제사회 관리를 벗어난 북핵은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핵 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결국 북한의 핵무기 사용원칙에 대한 심각한 수정인 점에서 정부는 마땅히 엄중한 도발로 규정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핵 위협이 질적 변화를 보인 것인 만큼 한미동맹 차원의 맞춤형 확장억제 개념도 이에 맞도록 미국과 조속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북한 핵 위협에 차분하고 실질적으로 대응하되 감정적 반발은 자제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진지한 분석과 평가 없이 과격하게 대응하면 북한 의도와 전술에 휘말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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