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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측근 남기춘 대표 회사, 오등봉 사업 참여… 대표 법무법인은 소송 방어전

입력
2022.04.27 04: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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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때 추진한 민간특례사업
南, 시행사 컨소시엄 소속 출자사 대표 맡아
소속 법무법인은 사업중단 소송 '방패' 역할
元 "지사 재임 때 南과 교류 일체 없었다"

'리헌기술단' 등기부상 주소지와 일치하는 제주시의 한 건물 1층 안내판에 리헌기술단 법인명이 적혀 있다. 제주=윤현종 기자

'리헌기술단' 등기부상 주소지와 일치하는 제주시의 한 건물 1층 안내판에 리헌기술단 법인명이 적혀 있다. 제주=윤현종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지사 시절 추진하면서 특혜 의혹에 휩싸인 오등봉공원 민간특례개발사업의 시행사 컨소시엄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근으로 꼽히는 남기춘 변호사가 대표를 맡은 지역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남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은 오등봉공원 사업 관련 환경단체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시행사 측을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 중심 '리헌기술단' 대표로 이름 올려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민간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리헌기술단 법인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남기춘 변호사가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대법원 등기소

오등봉 근린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민간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리헌기술단 법인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남기춘 변호사가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대법원 등기소

2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남 변호사는 제주시와 공동으로 오등봉공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호반건설 컨소시엄의 일원인 '리헌기술단'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장(2010~11년)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남 변호사는 윤 당선인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자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당선인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 시절 항명 논란으로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을 땐 특별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또 원 후보자의 서울대 법대 선배로, 두 사람은 1996년 서울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로 재직하던 2020년 1월 오등봉공원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 컨소시엄의 특수목적법인(SPC) '오등봉아트파크'엔 호반건설과 함께 리헌기술단, 청암기업, 대도종합건설, 미주종합건설 등 4개 현지 법인이 포함됐다. 리헌기술단은 이른바 '전략적 투자자'에 해당하는 운영출자자로서 민간사업자 자기자본 조달 총액 100억 원 중 21억 원을 출자하고, 비공원시설인 아파트 분양 등으로 얻게 될 수익을 출자 비율(21%)만큼 가져간다. 다만 총 사업수익률이 약정된 8.91%를 넘으면 초과 수익은 제주시에 기부된다.

제주연구원 제주공공투자관리센터가 2020년 12월 제주시가 의뢰한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 제안서 타당성 검증 용역' 최종보고서에서 리헌기술단의 재원조달계획 적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제주연구원 제주공공투자관리센터가 2020년 12월 제주시가 의뢰한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 제안서 타당성 검증 용역' 최종보고서에서 리헌기술단의 재원조달계획 적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오등봉공원 사업은 원 후보자의 민간특례사업 비공개 추진 정황, 입찰 참여사 평가 기준 중도 변경 등으로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도의회는 지난해 10월 "제주공공투자관리센터 의견과 업체 선정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겠다"며 공원부지 기부채납 계획안 상정을 보류해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앞서 공공투자관리센터는 2020년 12월 제안서 검증 용역 보고서에서 "21억 원 출자 예정인 리헌기술단은 최근 2년간 영업 활동으로 조달된 현금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법인 등기상 지난해 7월부터 리헌기술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현지에선 그 이전부터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정모씨는 7~8년 전 남 변호사가 제주에 자리 잡을 무렵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남 변호사는 정씨에게 사업 관련 법적 자문을 해주다가 정씨의 도움 요청을 받고 대표직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원 후보자를 보좌한 제주도 간부급 전직 공무원들이 몸담은 사실로도 '전관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리헌기술단 고위 관계자는 "남 변호사의 대표 취임은 윤 당선인이나 원 후보자와는 관계없는 사안"이라며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 우려한 것과 달리 출자금도 다 납입했다"고 말했다. 원 후보 측은 "제주 지사 재임 시 오해 살 수 있는 지인과의 교류를 삼갔다. 기억하는 한 남기춘 대표와도 당시 만남이나 통화 등 일체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등봉사업 무효' 소송에 남기춘 법무법인 '방패'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주지사 시절 오등봉 개발사업 민간 특혜 의혹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업대상지인 제주시 오등봉공원 일대 모습.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주지사 시절 오등봉 개발사업 민간 특혜 의혹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업대상지인 제주시 오등봉공원 일대 모습. 연합뉴스

남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로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법무법인이 오등봉공원 사업 관련 소송에 대응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소송은 제주환경운동연합 주도로 지난해 10월 도민 283명 등이 '오등봉공원 사업 인가를 무효화하라'며 제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이다. 다음 달 31일 첫 변론기일이 예정된 이 소송의 피고는 제주시장이지만, 리헌기술단이 속한 오등봉아트파크 대표가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동참했고 남 변호사의 법무법인이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행정소송법 16조는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의 신청이 있을 경우 소송에 참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 변호사의 법무법인이 그가 대표로 있는 리헌기술단의 투자 성패가 걸린 행정소송에서 적극 사업을 방어하고 나선 형국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행정소송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이런 소송에서 시행사 측은 이해관계자로서 유리한 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거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처럼 보조참가를 신청해 직접 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인 개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오등봉아트파크는 시와 공동 사업시행자이기 때문에 보조참가를 신청했고 법원도 승인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무법인 측은 선임 경위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유지 기자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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