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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전후 야맹증 심해지면서 결국 실명에 이르는…

입력
2022.04.2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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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세포변성증, 희소 유전성 질환이라 치료법 없어

젊은 환자가 망막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눈 검사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젊은 환자가 망막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눈 검사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카메라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網膜)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은 이 망막에 색소가 쌓이면서 망막 기능을 하지 못하는 유전성 희소 난치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5,000명당 1명 꼴로 발생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시각세포가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며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야맹증이다.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적응을 잘 하지 못하거나, 해질 무렵 외출할 때 문제가 생기고, 어두운 실내에서 생활하기 어려워진다.

또 병이 진행되면서 점차 시야가 좁아져 작은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터널 시야), 시야가 희미해지며 글을 읽지 못하거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이지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시각세포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성 망막 질환으로, 20가지가 넘는 유전성 망막 질환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며 “사람마다 증상 발현 시기나 진행 속도는 다르지만 보통 20세 이전에 야맹증이 시작되고,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돼 결국 상당수가 시력을 잃는다”고 했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시각세포 내에서 빛을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유전자 결함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가족력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특정한 이유 없이 돌발적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야맹증이 심하게 나타나면 의심할 수 있다. 야맹증은 빛을 받아들이는 망막의 막대세포 기능이 떨어져 나타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시력 검사, 색맹 검사, 검안경 또는 촬영 장비를 통한 안저(眼底) 검사, 시야 검사나 전기 생리 검사, 유전자 확인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이 중 전기 생리 검사인 망막 전위도 검사는 망막에 빛으로 자극했을 때 나타나는 전기 신호를 기록하는 검사로, 가장 유용한 검사법이다.

이지영 교수는 “유전 질환인 만큼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며 “현재 항산화제 치료, 줄기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고 했다.

특별한 예방법도 없다. 다만 망막색소변성증 진행을 늦추기 위해 시력이 자외선에 의해 손상되지 않도록 선글라스나 교정 안경을 착용한다. 과도한 음주나 흡연, 지나친 스트레스는 병의 경과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만큼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도 도움될 수 있다.

이지영 교수는 “비타민AㆍE, 루테인 같은 항산화제 복용이 망막색소변성증을 늦춘다는 보고가 있지만, 효과가 뚜렷하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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