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김상욱...유명 과학자들이 드라마 제목 문제 삼은 까닭은[SNS눈]

입력
2022.04.26 08:00

KBS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 제목 논란
정재승 교수, 김상욱 교수 개인 SNS에서 지적
"속도가 아니라 속력이 맞는 표현"
누리꾼들 "시속인지 초속인지도 알 수 없다"

정재승(왼쪽) 카이스트 교수와 김상욱(오른쪽) 경희대 교수가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의 제목을 지적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정재승(왼쪽) 카이스트 교수와 김상욱(오른쪽) 경희대 교수가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의 제목을 지적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속도 493㎞는 틀렸고, 속력 493km/h가 맞다."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공중파 드라마의 제목을 두고 "속도 493km가 아닌 속력 493km/h"라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물리학자 김상욱 경희대 교수 등 인기 과학자들이 나서자 온라인에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



스타 과학자들까지 나서 "속도라는 표현 틀렸다"

KBS2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너가속)' 포스터. 너가속 공식 홈페이지

KBS2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너가속)' 포스터. 너가속 공식 홈페이지

입길에 오른 드라마는 KBS2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너가속)'로 배드민턴 실업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제목에서 사용한 '속도'라는 표현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속도가 아니라 속력이라 써야 한다는 것은 백 번 양보한다 치더라도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동안 'km/h'로 표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사람이 없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김 교수도 SNS에서 "물리학자가 보기에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는 '검수완바', '유재서', '알쓸신자'라고 쓰는 것과 비슷하다"며 한 끗 차이로 단어의 뜻이 달라진다는 점을 꼬집었다.



"제목 볼 때마다 불편" VS "시적 허용으로 봐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속력과 속도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헷갈리는 개념이다. 둘 다 기본적으로 일정 시간 동안의 물체의 빠르기를 의미하지만 속도는 이동 방향을 포함하고 속력은 포함하지 않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차량이 도로에서 유턴을 했을 때, ①속력은 직선 주행과 유턴 이후 주행의 이동 거리를 총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된다. 그러나 ②속도 계산은 유턴 이후 차량의 주행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직선 주행의 이동 거리와 유턴 이후 주행의 이동 거리의 차이를 총 걸린 시간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해했을 때 논란이 되는 드라마 제목도 속도가 아닌 속력으로, 493km가 아닌 '시속 493km', 혹은 '493km/h'로 고치는 것이 맞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잘못된 제목을 볼 때마다 불편하다", "단위가 제대로 안 쓰여 있으니 시속인지 초속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목을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반응도 있다. "문법에 어긋나더라도 문학적 표현으로 인정하는 시적 허용으로 볼 수 있다"며 너그럽게 생각해야 한다거나 '너에게 가는 것'은 방향성이 있어 속도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표기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며 "논쟁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웃기다"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너가속' PD "493km는 배드민턴 신기록에서 따온 제목"

말레이시아의 배드민턴 선수 탄분헝이 자신의 기네스북 기록을 들고 있다. 블로그 'badmintan' 캡처

말레이시아의 배드민턴 선수 탄분헝이 자신의 기네스북 기록을 들고 있다. 블로그 'badmintan' 캡처

한편 너가속을 연출한 조웅 PD는 20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목을 지은 이유를 밝혔다. 조 PD는 "(493km는) 탄분헝이라는 선수가 친 비공식 스매시 세계 신기록"이라며 "너에게 가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은유적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강한 스매시로 유명한 말레이시아의 배드민턴 선수 탄분헝은 일본 사이타마현의 소카시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493km/h를 기록하며 2013년 5월 '가장 빠른 배드민턴 스매시' 기네스북에 올랐다.

김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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