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르포] 봉쇄 공포 속 베이징 사재기 현실화… 평일 아침 마트 풍경이 달라졌다

입력
2022.04.25 16:33
수정
2022.04.25 21:26
17면
구독

차오양구 신규 확진 급증...일부 이미 봉쇄
식료품 매대 채워지기 무섭게 쓸어 담기
관영 매체 "상하이 목격한 베이징 대비책"

2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복도에 각종 식료품이 가득 담긴 쇼핑 카트가 놓여 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차오양구에서는 도시 봉쇄 우려가 커지며 식료품 사재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기자

2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복도에 각종 식료품이 가득 담긴 쇼핑 카트가 놓여 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차오양구에서는 도시 봉쇄 우려가 커지며 식료품 사재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기자

25일 오전 7시 30분, 중국 베이징의 차오양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각종 채소와 고기, 달걀, 휴지 등 생필품이 담긴 카트들이 계산대 앞에 줄지어 늘어섰다. 평일인 월요일 아침 마트의 풍경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긴 줄이었다. 일단 카트에 가득 담기라도 했으면 다행이다. 계산대 뒤로 펼쳐진 매장 곳곳에선 이미 다 팔리고 텅 빈 매대 앞에서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마트 직원이 빈 매대에 물건을 다시 채우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카트에 재빨리 쓸어 담기 바빴다. 평소라면 꽉 차있어야 할 육류 코너 역시 듬성듬성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25일 오전 7시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주민들이 계산대 앞으로 줄을 서 있다. 평일 아침 대형마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기자

25일 오전 7시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주민들이 계산대 앞으로 줄을 서 있다. 평일 아침 대형마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기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현실이 됐다. 차오양구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 "베이징도 곧 상하이처럼 봉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며 "일단 쟁여 놓고 보자"는 식량 비축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마트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30분을 기다려 겨우 물건을 계산하고 나왔다"고 불평했다. 베이징도 봉쇄된다는 소문이 있냐는 물음에 "모르겠다. 모르기 때문에 일단 물건을 사 두려는 것"이라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아파트 상가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씨는 계속해서 울려대는 배달 주문 전화에 연신 "오늘은 안 된다. 다음에 주문해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베이징에선 지난 22일부터 25일(오후 4시 기준)까지 차오양구 등 8개 구에 걸쳐 총 70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 최근까지 한 자릿수의 일일 확진 추세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심상찮은 변화다.

2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대형 식료품점의 달걀 매대 대부분이 비어 있다. 베이징=조영빈 기자

2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대형 식료품점의 달걀 매대 대부분이 비어 있다. 베이징=조영빈 기자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차오양구는 각국 대사관과 중국중앙방송(CCTV) 사옥, 대형 쇼핑몰,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베이징의 중심 지역이다. 차오양구는 베이징(2,100만 명) 16개 구에서 인구가 약 350만 명으로 가장 많은 곳이다. 시 당국은 이날 차오양구 일부 지역을 임시 관리·통제 지역(약 15㎢ 면적)으로 지정했다.해당 지역 주민은 필수적인 사유가 아니면 거주 단지 밖으로 이탈하지 못해 사실상 '미세 봉쇄령'을 내린 셈이다. 25일과 27일 해당 구역 내 인원에 대해 두 차례 핵산(PCR) 전수검사를 하고 전원 음성이 나오면 관리통제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차오양구 일부 지역에서 '패닉 쇼핑'이 발생하고 있다"며 "주말 사이 일부 신선 채소가 일시적인 부족 현상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내 통제구역의 식료품 주문이 평소보다 50% 이상 증가했으며, 온라인 주문 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안마이차이의 현장 직원도 두 배가량 늘어난 상태다.

2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대형 상가 앞에서 핵산(PCR) 전수검사를 받기 위해 모여든 주민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기자

2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대형 상가 앞에서 핵산(PCR) 전수검사를 받기 위해 모여든 주민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베이징=조영빈 기자

이 매체는 "상하이 주민들의 식량 부족을 목격한 베이징 시민들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식료품을 사들이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도시 봉쇄 때마다 '식료품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당국의 말을 전하기 바빴던 관영 언론의 최근 보도 흐름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차오양구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핵산(PCR) 검사를 받기 위해 나온 주민들로 또 다른 북새통을 이뤘다. 차오양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번 주 세 차례에 걸친 전수검사가 이날 시작된 탓이다.

대형 복합상가가 즐비한 곳에 설치된 한 검사소 앞 대기줄은 언뜻 봐도 100m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5년째 베이징에 살고 있다는 한 교민은 "전수검사가 봉쇄의 전 단계쯤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며 "검사 결과에 따라 봉쇄 여부가 결정되지 않겠냐"며 초조해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