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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하다" VS "비겁하다"…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프레임 전쟁

입력
2022.04.25 13:10
수정
2022.04.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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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예비후보(왼쪽)과 강기정 예비후보(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예비후보(왼쪽)과 강기정 예비후보(오른쪽)

'과격.' '비겁.'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23~26일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장 경선판에 등장한 핵심 키워드다. 4년 만에 다시 맞붙은 이용섭 현 광주시장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두 예비후보는 의도했든 안 했든 두 단어에서 풍기는 부정적 프레임을 상대에게 덧씌우며 대척점에 섰다. 대표적인 장면 하나.

"아이고~ 내가, (이 후보) 동생이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받은 걸 내가 말 못해서 안 한 줄 알아요?"(강 후보)

"난 동생이지만 강 후보는 본인이 연루돼 있잖아요."(이 후보)

"내가 20년 정치했는데 보좌관 구속되거나 뇌물(을) 받았습니까?"(강 후보)

"(내) 보좌관 누가 구속됐어요?"(이 후보)

21일 오후 민주당이 주관한 광주시장 경선 후보 TV토론회(광주MBC)가 끝난 직후, 두 후보는 1분간 설전을 벌였다. 이 후보가 토론회에서 "강 후보 과거 이력을 보면 폭력 전과나 분노 조절이 안 돼 큰 사고를 낸 게 여러 건 있다"며 강 후보에게 지난해 음주 후 모 대학 교수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게 발단이었다.

당시 강 후보는 '자질론' 공격을 받자 이 후보에게 "비겁하다"고 받아쳤다. 이 후보가 답변 시간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네거티브를 했다는 얘기였다. "내가 (이 후보 동생과 측근 비리 관련)질문을 몰라서 안 하냐고요." 강 후보는 토론회가 끝나자 분을 삭이지 못한 듯 이 후보를 향해 동생 및 측근 비리를 질타했다. 이 후보도 "(질문)하시지 그러셨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두 후보 간 감정 섞인 공방은 강 후보가 "아무리 (이 후보가 지지율에서) 밀리더라도 어디 그게(네거티브) 표가 된다고 그걸 합니까"라고 쏘아붙이며 스튜디오를 빠져나간 뒤 마무리됐다.

당초 두 후보의 언쟁은 무음 상태로 방송됐다. 이후 '시장의 품격', '할 수 있는 게 네거티브뿐인가요'라는 '짤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방송사 측은 실제 음성이 담긴 동영상을 유뷰브에 공개했다. '소리 없는 번외 설전' 동영상이 네거티브 선거전에 악용되는 걸 막겠다는 의도로 보였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청렴성을 도마에 올린 모양새가 됐다.

동영상 음성 공개는 강 후보를 둘러싼 음주 폭행설에 대한 궁금증도 키웠다. 광주 지역 정가엔 지난해 2월부터 강 후보가 술자리에서 모 대학 교수를 폭행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은 터였다. 강 후보로선 아픈 대목이다. 이에 강 후보는 "지라시(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담긴 쪽지)"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지라시 내용은 사실일까. 일단 강 후보가 폭행 피해자로 알려진 A교수와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은 확인됐다. 강 후보 측근은 "2020년 12월 말 저와 강 후보, A교수, B씨 등 4명이 광주 시내 한 음식점에서 저녁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은 있다"며 "당시 강 후보가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서려던 B씨를 붙잡고 한 잔 더 하자고 실랑이를 벌이긴 했지만 A교수를 폭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강 후보가 A교수를 폭행했다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A교수 이야기는 약간 달랐다. A교수는 "당시 (강 후보의 행동이) 나쁜 폭행이라면 말을 하죠. 그런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술 먹고 실수한 정도"라고 했다. B씨도 "당시 나는 먼저 술자리를 떴는데, 다음 날 A교수가 전화를 걸어와선 전날 술자리 소동이 있었고, 강 후보가 측근과 함께 집 앞까지 찾아와 사과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후보 측근은 "강 후보와 함께 A교수를 찾아가 사과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지지자들은 "초보 난폭 운전자에게 광주를 맡길 수 없다"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현재 이 후보와 강 후보의 지지율은 말 그대로 예측불허다. 게다가 막판 네거티브 변수까지 겹쳐 더 오리무중이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결국 (둘 다) 도긴개긴이다", "유권자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수록 유권자들은 깨어 있어야 한다"며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 발전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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