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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사라진 첫 '불금'... 거리는 불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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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첫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맞은 22일 서울 강남역과 이태원 등 유흥가 일대가 한껏 들떴다. 기존 밤 12시까지였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 거리는 한 마디로 '불야성'이었다.
지난 2년 여 간 영업시간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유흥주점, 클럽 등은 이번 주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날 밤 11시 경 '헌팅포차'가 밀집한 서울 강남역 일대, 거리를 가득 메운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인근 술집으로 이동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풍경을 연출했다.
강남역 인근 클럽 앞에서 만난 김모(27)씨는 "12시까지 영업할 땐 김이 빠질 거 같아 (강남역으로)오지 못했는데,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압구정동의 한 클럽을 찾은 DJ A씨는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지니 확실히 사람들이 (클럽을) 많이 찾아주는 것 같아, 열기도 느낄 겸 친구 응원차 방문했다"며 완전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날 밤 클럽 인근 식당과 주점들에서 이른바 '신데렐라'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데렐라 손님이란,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시간이 밤 12시로 제한되면서 그 전에 서둘러 귀가해야 했던 고객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날 유명 클럽을 비롯한 각종 유흥주점의 '낙수효과'로 인해 인근 주점과 식당들엔 귀가는커녕 새벽까지 모임을 이어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업소들은 나름대로 영업시간 제한 해제를 매출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 때마침 온화한 계절을 맞아 일제히 야외 테라스석을 오픈해 들뜬 분위기를 더했고, 2층에 위치한 업소들 역시 창문을 활짝 열어 고객들에게 상쾌한 경험을 선사했다. 작전은 대성공, 강남역의 경우 대다수 업소의 테라스석은 이날 저녁 9시경 이미 '만석'을 기록했다.
서빙하느라 바쁜 업주나 종업원들 역시 2년 여만에 찾아온 활황에 한껏 고무됐다. 자정이 다 되도록 자리를 정리하는 이들은 거의 보기 어려웠고, 시민들이 자정 직후 한꺼번에 줄지어 지하철 역으로 향하던 코로나19의 '진풍경'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이 같은 불야성은, 전체 국민의 30%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집단면역에 근접해 가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확진된 사람의 경우 재확진 위험이 크게 줄어든 데다, 전국 일일 확진자 수 역시 꾸준히 감소 추세다.
이날 2년 만에 강남역을 방문한 김동욱(34)씨는 대학 동기들과 맥주를 마시며, "집에 아이도 있어서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코로나) 걸리고 나니 오히려 안심이 된다"면서, "마스크만 쓰면 돌아다니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일상을 꿈꾸는 불야성은 23일 새벽 2~3시가 돼서야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2년 만에 찾아온 자유로운 불금, 술과의 한판 승부에서 패배한 이들은 도보에 누워서 잠을 청하기도 했고, 주변인들의 부축을 받아 택시에 타기도 했다. 막차가 끊긴 시민들은 한 손으로는 핸드폰으로 콜택시 호출을, 다른 한 손은 택시를 잡기 위해 허공을 향해 휘젓기도 했다. 택시 탑승 경쟁에 이기기 위해 도로로 내려오는 것은 기본, 반대편에서 멈춘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를 가로지르는 아찔한 경우도 있었다.
23일 새벽 술에 취한 지인을 택시에 태워보낸 직장인 임모(26)씨는 "이렇게 여럿이서 어울린 건 오랜만인데 참 행복했다"며 "이번을 기점으로 점차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원에 자주 방문한다는 아르헨티나 국적의 외국인은 "말로만 듣던 서울의 밤 문화를 드디어 즐길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왠지 생소하지만, 2년 전만해도 익숙했던 일상이 성큼성큼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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