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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지휘부 공백 현실화에 "검찰 조직 누가 이끄나"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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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과 전국 고검장들의 집단 사의 표명으로 사상 초유의 검찰 지휘부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서 "당장 조직은 누가 추스르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사들은 "지휘부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검찰 조직을 다잡을 사람이 보이지 않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검찰 지휘부가 줄사퇴한 이유는 여야가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이 시간상의 문제일 뿐, 최종 목적지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검은 이날 중재안에 대해 "1년 6개월 사이에 검찰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두는 것일 뿐이지 그 뒤에는 검찰 수사권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대다수 검사들 역시 이 같은 해석에 공감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지휘부 총사퇴를 예견된 일로 받아들였다. 김 총장 등이 이미 '검수완박' 입법이 기정사실로 굳어질 경우, 직을 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지난 11일 전국지검장회의에서도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된다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직(職)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고, 전국 고검장 6명 역시 지난 18일 "(검수완박 법안이 추진될 경우) 일괄 사퇴도 가능하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 총장이 국회에 제안했던 '형사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과 '수사 공정성과 인권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중재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사의 표명의 배경으로 꼽힌다. 김 총장은 그동안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배 검사들의 지적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검찰 수뇌부가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 내부에선 "이제 조직은 누가 이끌고 가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 총장과 고검장들의 사표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일부 반려할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사표가 모두 수리되면 검찰은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검찰 내부 규정에 따르면,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이 공석이면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총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한 검찰 간부는 "예 부장이 대검을 이끌며 검수완박 국면에 대응해야 하고, 전국 지검장들이 전국 검찰청을 책임지고 이끌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이 준 권한과 책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해 김 총장 등 지휘부의 사표 일부가 반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박 장관은 사표수리 여부에 대해 "사표는 받아서 갖고 있는데 당분간 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총장 등의 사표가 반려되지 않는다면, 최소 2, 3주는 지휘부 공백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권 교체기에 현 정부가 검찰총장을 새로 임명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새로운 법무부 장관 임명도 빨라야 5월 중순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 인사를 단행하고 수습책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지휘부 공백은 검찰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중재안에 등장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두고 일부 특수부 출신 검사들은 벌써부터 '우리는 중수청으로 가면 되겠네'라고 말하고 있다"며 "검수완박에 대한 성토와 조직 내 반목이 더해지고, 여기에 검사 신분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뒤섞이면서 검찰 조직에 균열이 올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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