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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친서' 공개한 김정은… '윤석열 정부 길들이기'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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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 교환을 통해 '석별의 정'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20일 보낸 친서에서 "아쉬운 순간과 벅찬 기억이 교차하지만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21일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은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후 청와대가 이를 공식 확인했다.
이번 친서 공개는 한반도 주변 긴장 수위가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의도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친서 정치'를 꺼내든 것은 정권 이양기 '남남(南南) 갈등'을 조장하고 새 정부를 떠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친서 교환 사실을 알리며 "북남 수뇌분(남북 정상)들께서는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 없는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북남 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 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5년을 회고하며 "대결의 시대를 대화로 넘어야 하고 북미 간의 대화도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아울러 "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되었다"며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간직하며 남북 협력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정상 간 친서는 통상 내용은 물론 교환 사실도 공개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 공개된 친서는 2020년 9월 북한의 태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오간 것이다. 이마저도 '서해 공무원 피격사망사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유감을 담은 대남통지문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드러났다.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오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과 다음 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전후로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도발이 예상되는 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양 공동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 등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남북합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새 정부에 떠넘겨 도발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대북강경책을 사용할 경우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며 한반도 긴장 책임을 새 정부에 돌리려 할 것"이라며 "남남 갈등을 유도하려는 목적도 숨어 있다"고 했다. 현 정부와 대북접근 방식에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윤 당선인 측을 갈라치기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최근 윤석열의 입에서 뱀이 나가는지 구렁이가 나가는지도 모르고 함부로 설쳐대고 있다"며 "동족 대결에 광분하는 윤석열의 앞날 역시 이명박, 박근혜와 마찬가지로 비참한 종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새 정부 측은 친서 내용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문 대통령뿐 아니라 새 정부에서 듣기를 바라는 내용도 제법 있다고 판단된다"며 "기본적으로 (북한이)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이 한반도를 향해 전술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소유시설을 철거하는 와중에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친서에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는 대목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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