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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 꽤 남아 있는 난청이면 '인공 와우 수술'할 수 있다

입력
2022.04.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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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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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청력이 손실되는 정도는 데시벨(dB) 수치에 따라 경도·중등도·고도·심도 등 4단계로 구분한다. 청력이 정상이라면 작은 소리인 20dB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약물로 회복되지 않는 난청은 이처럼 청력 손실 및 잔청(남아 있는 청력)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보청기 착용, 중이 임플란트 수술, 인공 와우 이식 수술 등으로 청각을 되찾는다.

그런데 남아 있는 청력(잔청)이 50% 이상으로 어음 변별력을 유지하고 있으면 보청기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달팽이관(와우) 손상이 심한 고심도 난청(70~90db 이상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경우)은 인공 와우 수술로만 어음 변별력을 회복할 수 있다. 잔청이 너무 부족하면 보청기나 중이 임플란트로는 청각충분한 청각 재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은 달팽이관(와우·蝸牛)에 전극을 심어 유모세포 대신 소리 신호를 직접 전기적인 자극으로 바꿔 청각 신경을 거쳐 뇌에 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법이다.

고도 난청 가운데 특히 저주파 청력이 유지되지만 고주파 청력은 떨어지는 '고음급추형 난청(ski slope hearing loss)' 환자는 인공 와우 이식 수술에서 잔청을 보존하기 위해 어떤 전극을 사용하는 것이 유지한지 학계에서 꾸준히 논의돼 왔다.

인공 와우 수술에 쓰이는 '와우축 전극'은 전극과 와우축(달팽이관 중간에 위치) 청신경과 거리가 가까워 신경원(神經元) 세포를 효율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반면 저주파 청력이 유지되는 고도 난청 환자는 인공 와우 수술을 진행하면서 전극을 삽입할 때 남아 있는 청력이 없어질 우려가 있어 '일자 전극'이 유리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저주파 청력이 남아 있다고 해도 결국 청력이 자연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기에 신경원 세포를 더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와우축 전극'과 '일자 전극'의 장점이 합친 전극이 필요했다.

그런데 저주파 청력이 많이 남아 있는 고도 난청 환자는 인공 와우 수술에 가장 많이 쓰이는 ‘얇은 와우축 전극(slim modiolar electrodes)’을 사용하면 잔청을 보존하는 효과가 우수해 이를 이용해 인공 와우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이상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 2019~2020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잔청이 남아 있는 환자 중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해 수술 받은 환자 36명과 2019년 이전에 일자 전극을 이용해 수술 받은 환자 16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인공 와우 수술 후 잔청이 보존되는 비율이 얇은 와우축 전극과 일자 전극 모두 수술 3개월 후까지는 70% 환자에게서, 수술 후 1년까지는 65%의 환자들에게서 관찰됐다.

또 수술 후 잔청이 소실되는 경우 얇은 와우축 전극은 수술 후 한 달 이내 나타나는 반면, 일자 전극은 수술 3개월 이후부터 잔청이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 교수는 또 다른 연구(제1저자 김예리 분당서울대병원 전문의)를 통해 ‘고음급추형’ 난청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인공 와우 이식 수술 효능과 우수한 잔청 보존 효과를 발표했다.

'고음급추형 난청(ski slope hearing loss)'은 저주파 영역에서는 정상에 가깝지만 고주파 영역에서 청력이 '스키 슬로프'처럼 급격히 떨어지는 형태로, 생활 속 소음은 정상적으로 듣지만 ‘ㅋ, ㅌ, ㅅ’ 같은 특정 영역의 자음 소리를 듣지 못한다.

저주파 잔청은 존재하기에 인공 와우 수술보다 주로 보청기 착용을 통한 청각 재활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고음급추형 난청도 인공 와우 이식 수술 후 70% 정도가 인공 와우와 보청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잔청 보존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또 유전자 검사로 잔청 보존 효과가 좋을 환자들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돼 유전자 검사 필요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최 교수는 “인공 와우 장치와 수술 기법이 점차 발전하고 있어 난청 정도나 유형이 무엇이든 적절한 시기에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으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청력이 애매하게 남았다면 검사로 정확한 원인과 정도를 파악해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Otolaryngology-Head and Neck Medicine and Surgery)’와 ‘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에 각각 실렸다.

최병윤(왼쪽부터) 교수, 김예리 전문의, 이상연 교수

최병윤(왼쪽부터) 교수, 김예리 전문의, 이상연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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