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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나온 아프간 엄마들 "아이들처럼 우리도 한국어 배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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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지난해 8월 내전에서 최종 승리하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장악했을 때, 세계 각국은 한목소리로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 후퇴를 우려했다. 아니나 다를까 탈레반은 아프간 장악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성명을 낸 지 불과 하루 만에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 쓰는 이슬람 옷)를 쓰지 않은 여성에게 총질을 했다. 여학생들이 학교 가는 것을 막았고, 여성 혼자 비행기 타는 것도 금지했다.
그런 '여권(女權) 지옥'을 피해 울산에 정착한 아프간 성인 여성(특별기여자)은 29명. 남편들은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 취업하고 아이들은 학교로 등교했지만, 여성의 사회 참여가 극도로 제한된 모국에서처럼 처음엔 아프간 여성들의 한국 생활도 '숨어 사는 삶'에 가까웠다. 울산에 온 지 두 달 동안 겨우 두 번 외출한 여성도 있었다.
그런 아프간 여성들이 모국 탈출 8개월 만에 긴 은둔의 시간을 끝내고 바깥 세상으로 나왔다. 18일 울산시와 울산 동구청, 다문화가족센터가 지원한 한국 생활 적응 교육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중공업이 셔틀버스를 지원하고, 다문화센터가 교육프로그램을 맡기로 해 이날 비로소 첫 수업이 시작됐다.
수업 시간은 매주 두 차례 2시간씩. 교육 대상 29명 중 출산이나 장애아 보호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4명을 제외하고 25명이 참여했다. 절반 이상은 영유아인 자녀와 동행한 탓에 수업을 하려면 아이들을 떼어 놓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아이들을 장난감 자동차에 태우거나 동영상을 보여주고 간식을 먹여야만 했다. 이렇게 다문화센터 전 직원이 돌보미를 자처하고서야 엄마들을 따로 교실에 모을 수 있었다. 그래서 수업은 예정 시간보다 40분이 지나서야 겨우 시작됐다.
처음엔 분위기가 어색했지만, 이내 교실은 엄마들의 배우려는 열기 때문에 후끈 달아 올랐다. “아이들은 학교에 갔어요. 우리는 공부해요.” 한국어 강사를 따라하는 소리가 교실 밖까지 울려 퍼졌다.
이날 수업에 참가한 아프간 여성들은, 한국어와 한국말을 익혀 한국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진짜 학부모'가 되려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아프간 여성 A씨는 통역을 통해 “울산에 오기 전 한국어를 배우긴 했지만 오늘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중고생 자녀를 둔 B씨는 “아이를 통해 학교생활을 듣고 있긴 하지만 잘 적응하고 있는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며 “한국어를 배워 학교 선생님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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