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검찰이 35년 전 사건 끌어와 '검수완박' 반대하자… 경찰 "너무 치졸해"

입력
2022.04.22 04:45
4면
구독

대검·지방검찰청 릴레이 간담회... 내용 논란
과거 경찰 사건 처리 지적... 검찰 수사권 강조
"경찰 고문 집단화.. .거친 예시 설득력 떨어져"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뉴스1

대검찰청이 '부서 간담회' 형식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잇따라 내놓자, 브리핑 내용과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불필요하게 오래전 사건을 사례로 들거나 경찰 수사력을 무시하는 듯한 내용이 많아 경찰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물론 검찰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에도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지난 14일 반부패강력부를 시작으로 형사부·인권정책관실(20일), 공공수사부·공판송무부·과학수사부(21일)까지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이유와 검찰 수사권이 폐지됐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대검은 간담회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일부 사건을 예로 들면서 '검찰이 경찰 수사의 미진한 점을 보강해 실체를 드러냈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대표적 아동학대 사건인 '원영이 사건'의 경우 경찰이 찾지 못한 시신을 검찰이 발견하고 소아과 전문의 자문과 판례 검토를 통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는 점을 설명했다. '정인이 사건' 역시 검찰이 의료자문위원 감정을 거쳐 복부 손상 등을 밝히지 못했다면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는 미흡한 점이 많아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렵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법조계와 경찰에선 대검이 과거 사건을 무리하게 끌어와 '검수완박' 반대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 대표적 예다. 대검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부검 명령마저 삭제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사건이 또 발생하면 묻히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경찰이 요즘에도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때처럼 수사를 하겠느냐. 35년 전 사건을 사례로 제시하는 건 너무 거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경찰도 반발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검수완박 반대 논리를 펴는 건 그들 입장에선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일부 경찰의 잘못을 경찰 집단 전체로 호도하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자료로 내는 건 너무 치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우리는 검찰의 과거 잘못과 행태를 몰라서 가만있는 줄 아느냐. 전국 모든 검찰청이 며칠째 똑같은 논리로 다른 기관(경찰)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자기네 논리를 설명하고 있다"며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현 시점에선 '반박'보다는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민주당은 검수완박으로 인한 형사사법절차의 기형적 변화는 '검찰만의 주장'으로 치부하고, 검찰이 반성하고 있는지만 주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과거에 어떤 잘못을 했고, 대안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게 우선이란 것이다.

이상무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