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서울시장 컷오프' 후폭풍... 민주당, 계파 갈등 분출

입력
2022.04.20 21:00
수정
2022.04.20 22:5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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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계 vs 이낙연계 갈등 재연 양상
심야 비대위서 논의했으나, 결론 못내

윤호중(왼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호중(왼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에 대한 전략공천관리위원회(전략위)의 서울시장 후보 공천 배제 결정을 계기로 내홍으로 치닫고 있다. 3·9 대선 이후 간신히 봉합한 당내 친(親)이재명계와 친문재인·이낙연계 간 갈등이 다시 분출하는 조짐을 보이면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20일 송 전 대표와 박 의원 공천 배제 문제로 정면 충돌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두 사람 공천 배제를 두고 "당원과 서울시민,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이 있으나 충북지사 후보로 단수 공천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례를 거론했다. 전략위 결정에 대해 "고무줄 잣대"라면서 "노영민 후보도 탈락시키든지 아니면 서울에 공천 신청을 한 예비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공정한 경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전략위가 전날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배제한 결정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송영길 컷오프에 "계파 공천" 반발 분출

송 전 대표 등은 "계파 공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경인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배제 결정을 "사실상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 타격의 의미가 있다"며 이재명계 견제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이재명계 인사들도 송 전 대표 엄호에 나섰다.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오직 내 정치적 생존과 이를 담보할 계파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남국 의원도 "민주적 원칙을 깨뜨린 공천이고, 우리 민주당의 자산을 '셀프 디스'한 공천"이라고 전략위를 비판했다. 당의 주류였던 친문·이낙연계 세력이 이 전 후보의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 등 정치 복귀를 막기 위해 송 전 대표 출마를 막았다는 게 이재명계 인사들의 인식이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원욱 전략위원장 "계파 공천 의혹 제기는 모욕"

송 전 대표의 공천 배제를 두고 '계파 공천'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이원욱 전략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저는 '명낙대전(이재명계와 이낙연계 간 갈등)'으로 표현되는 그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제게 계파 공천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정세균계' 인사다.

이낙연계 인사들은 맞대응은 삼갔지만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 이낙연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는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서울시장에 출마해 달라는 당 지도부 요청을 여러 번 거절했다" "이재명계가 지나치게 사안을 계파 갈등으로 몰고 간다"고 비판했다.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전 후보가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3월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전 후보가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 3월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논란이 커지면서 전략위 결정에 대한 최종 의결권이 있는 비대위는 이날 심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서울시장 공천 문제를 재논의했다. 그러나 비대위원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윤 위원장은 21일 서울지역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 수렴에 나선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후보 배제 여부와 향후 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식 등에 대해 오늘은 결론 내리지 못하고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지도부가 여러 이야기를 토대로 곧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내에선 윤 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 설득을 위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성택 기자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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