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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뻔한 계곡살인, 결정적 제보가 재수사 불씨 살렸다

입력
2022.04.19 17:25
수정
2022.04.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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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 남편 죽자 곧바로 보험금 청구
그러자 "석연찮다" 제보... 재수사 시작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단순 변사로 묻힐 뻔했던 '계곡 사망사건'이 '계곡 살인사건'으로 확인되어 재수사가 시작될 수 있었던 데에는 유족 측의 결정적 제보가 큰 몫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발생한 윤모(당시 39세)씨 변사사건에 대해 2019년 11월 재수사에 착수한 것은 일산서부경찰서였다. 사고 장소 관할인 가평경찰서와 의정부지검이 “범죄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며 같은 해 10월 사건을 변사로 내사 종결한 지 한 달 만이었다.

경찰은 유족 지인의 제보가 재수사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당시 제보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남편 윤씨의 석연치 않은 죽음 이후, 부인 이은해가 곧바로 보험사에 남편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했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초기 가평서도 “이은해가 남편 명의로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점이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았으나, 당시엔 보험금 청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아 보험사기를 동반한 계획살인으로까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종결 뒤 이은해가 기다렸다는 듯 보험금을 청구했고, 이런 내용이 제보되면서 보험 살인에 수사력을 집중해 범죄 혐의를 밝혀 냈다”고 말했다. 때마침 이씨의 보험금 청구를 두고 보험사가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며 이씨를 고발한 것도 계기가 됐다. 당시 보험사는 윤씨의 생명보험이 보험료 미납으로 두 차례 실효되자, 이씨가 지인에게 돈을 빌려 다시 되살렸고 그때마다 윤씨에게 이상한 사고(살해 시도)가 있었던 점을 눈여겨보았다.

일산서부경찰서는 재수사 착수 1년여 만인 2020년 12월 살인과 보험사기 혐의로 이씨와 이씨의 내연남 조현수 등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윤씨가 2019년 6월 4m 높이 계곡 절벽 위에서 뛰어내려 숨진 지 1년 6개월 만이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부작용 사례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검찰은 자신들의 직접 수사가 이은해와 조현수의 계획 살인 범행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찰은 “이 사건처럼 부작위에 의한 살인(필요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일어난 살인)의 경우 혐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당시 우리는) 경찰로서 해야 일은 다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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