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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미션 임파서블'

입력
2022.04.20 04:30
26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출범 한 달을 넘긴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는 아직 이렇다 할 청사진이 눈에 띄지 않는다. 새 정부 탄생 직전, 가장 의욕과 에너지가 넘칠 시기인데 혹시 별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들릴 정도다.

특히 “복합위기 징후가 뚜렷하다”(15일 윤 당선인)는 경제 분야에서조차 ‘윤석열노믹스’는 뭔가 보여주는 게 없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조치를 취임 직후 시행하겠다”가 거의 유일한 약속이었다.

대신 구호만 무성하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시장기능을 회복시키겠다” “대출 제한을 풀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보장하겠다” “탈원전 백지화로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부활시키겠다” “급속도로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겠다” “일회성 세금 일자리 대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 등등. 모든 구호 앞에는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가 공통 수식어다.

하지만 비판과 실행은 다른 문제다. ‘반대’만으로 경제가 잘 굴러가긴 어렵다. 그래서 벌써부터 현실성 우려가 쏟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노믹스 정책 대부분은 ‘미션 임파서블’ 달성에 도전 중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윤석열 정부는 집주인들의 과도한 세금은 깎아주고, 공급을 가로막던 재건축단지와 도심지 등의 규제는 풀면서도 집값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완화해 주택구입 희망자에게 돈을 더 빌릴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가계부채는 더 늘어나는 걸 막겠다고 하고 있다.

당장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에 50조 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이 시급하고, 5년간 부모급여 지급(7조2,000억 원) 기초연금 인상(35조4,000억 원) 병사월급 인상(25조5,000억 원) 등을 시행하겠다면서 재정건전성은 반드시 호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상반된 가치를 어지럽게 좇는 사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한동안 눌려 있던 부동산 시장은 서서히 다시 고개를 쳐들 기세다.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나라 안팎에선 지난 10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구조화되는 미중 충돌 속에 수출 코리아에 필수적인 글로벌 공급망 경색이 만성화되고 있다. 하나같이 새 정부의 정책 구상을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악재들이다.

수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견문을 넓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지적은 새길 만하다. 단기적으로 LTV 완화나 추경이 불가피하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윤 정부의 공약이 근본적인 모순에 부딪히면 정부와 한은이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율’은 포기 또는 방향 선회로 읽힌다. 그는 “복지에 쓴다는 전제하에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의 0.5%씩 세수를 늘리자”며 정치권이 꺼리는 증세 문제도 제안했다.

정권의 정책 동력은 대개 남은 임기와 비례했다. 지난주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윤 당선인의 국정수행 전망은 “잘할 것”(51.0%)이 “잘하지 못할 것”(44.8%)을 앞섰다. 기대와 지지가 남아 있을 때가 기회다. 미션 임파서블은 영화로 남겨두고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에 집중했으면 한다. “이 공약은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가 청사진의 첫 발표라면 오히려 더 크게 박수 칠 것 같다.

김용식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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