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호영 아들 다른 공저 논문도 '박사논문 요약'

입력
2022.04.20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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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연구 모형·수식·결론 일치… 정씨 기여 의문
이름 올린 논문 2편 모두 다른 연구원 논문 짜깁기
원저자 이름 아예 빠져 있거나 출처 표기 없어
"연구윤리 위반 소지… 다급한 스펙쌓기 정황"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정모(31)씨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2편 모두가 정씨와 함께 일한 연구원의 학위논문을 짜깁기하거나 요약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두 논문엔 원저자 이름이 빠져 있거나 정씨의 기여도가 뚜렷이 확인되지 않아, 당시 연구실이 정씨의 '스펙'을 쌓아주려 연구윤리 위반 소지가 있는 논문을 추가로 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목부터 결론까지… 2014년 논문과 일치

2014년 발표된 박사 논문에 사용된 모형도(왼쪽)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발표된 2016년 8월 학술지 논문. 같은 모형도이나 인용 출처 표기가 없다.

2014년 발표된 박사 논문에 사용된 모형도(왼쪽)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발표된 2016년 8월 학술지 논문. 같은 모형도이나 인용 출처 표기가 없다.

19일 한국일보 취재와 강선우·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북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2015년 10월부터 경북대 연구센터 소속 연구보조원으로 산학연계 프로젝트에 3개월간 참여한 뒤 2016년 4월과 8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KCI) 게재 논문에 각각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중 4월 논문은 정씨보다 프로젝트 참여율이 2배 이상 높은 중국인 유학생의 석사 논문을 짜깁기한 수준인 데다가 정작 해당 유학생은 논문 공저자에서 빠져 논란이 일었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8월 논문 역시 해당 연구센터 소속 박사연구원 A씨가 2014년 4월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을 요약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논문은 연구 모형, 연구 방법, 분석 결과가 모두 일치한다. 제목도 유사하다. 8월 논문의 제목은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CoAP 기반의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방법'으로, A씨 학위논문 제목 'CoAP-based Mobility Management for Internet of Things'와 비교하면 '신뢰성 있는'이란 문구를 넣었을 뿐 그대로 번역한 수준이다.

또한 두 논문은 다수의 수식과 도표가 동일하게 쓰였고 문장도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A씨 학위논문은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기존 애플리케이션 프로토콜(CoAP)의 한계를 설명한 뒤, 이에 기반한 새로운 이동성 관리 프로토콜(CoMP)을 제안하면서 그 메커니즘의 수학적 분석을 제시했다. 2년여 뒤 나온 8월 논문도 이와 같은 구성이고 결론도 같았다.

2014년 발표된 박사 논문의 결론(왼쪽)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발표된 2016년 8월 학술지 논문. 같은 결론이다.

2014년 발표된 박사 논문의 결론(왼쪽)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발표된 2016년 8월 학술지 논문. 같은 결론이다.


석박사 논문 요약한 학술지 논문 위법 아니라지만

2014년 발표된 박사 논문에 사용된 도표(왼쪽)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발표된 2016년 8월 학술지 논문. 같은 도표이지만 인용 출처 표기가 없다.

2014년 발표된 박사 논문에 사용된 도표(왼쪽)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발표된 2016년 8월 학술지 논문. 같은 도표이지만 인용 출처 표기가 없다.

결국 정씨가 공저자로 등재된 논문 2편은 기존 석·박사 논문에 의존한 셈이다. 학위 논문을 요약해 학술지에 싣는 게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두 논문은 모두 출처 표기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부당한 저자 표시 문제도 제기돼 연구윤리 측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월 논문은 원저자인 A씨가 2저자로 등재돼 표절로 보기 어렵다. 다만 A씨가 썼을지라도 기존 논문의 표현이나 도표 등을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인용한 것은 '부당한 중복게재'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경북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관련 규정에서 '연구자가 자신의 이전 연구 결과와 동일 또는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출처 표시 없이 게재한 후 별도의 연구 업적으로 인정받는 경우'를 부당한 중복게재로 정의한다.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졸업 논문을 작성하느라 엄청나게 고생하고 지금까지 죽기살기로 살아왔는데 이런 일에 연루돼 유감"이라면서도 다른 질의엔 답변을 거부했다.

4월 논문은 표절이 의심된다. 원저자(유학생)가 공저자로 포함돼 있지 않음에도 표현이나 도표 등이 출처 표기 없이 인용됐기 때문이다. 같은 규정에선 '타인의 연구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를 표절로 보고 있다.

"번역·편집은 지적 기여 아닌데" 공저자 등재 의문

정씨가 두 논문에 저자로 등재된 것 자체가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씨는 논문 작성의 바탕이 된 연구 프로젝트에 뒤늦게 참여했고 논문들도 기존 논문과 큰 차이가 없어 정씨의 기여도에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연구의 이해와 설계, 데이터의 획득 또는 분석 및 해석에 실제적으로 기여해야 논문 공저자가 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소속 석사과정생은 "번역이나 편집은 논문 작성 과정에서 결코 유의미한 지적 기여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강선우 의원은 "석박사 논문 짜집기로 급조된 논문에 아들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분명 의대 편입을 염두에 둔 다급한 스펙쌓기 정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정 후보자는 불법이 없었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뒤늦게 연구에 합류한 아들이 어떻게 공저자가 될 수 있었는지, 국민 눈높이에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김도형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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