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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더 상상해야" '기억의 집' 만든 90년생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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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서방". 외할머니는 손자를 '백년손님'처럼 대했다. 팔순을 넘은 그의 할머니는 치매를 겪고 있었다. 손자는 외할머니 앞에서 이름을 잃었다. 우동준(32)씨의 마음은 점점 무너져 내렸다. 그의 할머니는 어느 순간 요양병원 침상에 양 팔목이 묶여 있었다. 할머니는 몸의 해방을 위해 손자의 집에 머물렀지만, 정신은 더 어둠에 갇혔다.
우씨의 할머니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2018년 후 3년 뒤, 공교롭게 그는 치매 어르신을 맞을 공간 기획 제안을 부산문화재단으로부터 받았다. '기억의 집' 공공 프로젝트로, 치매 어르신과 가족이 함께 기억을 공유해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곳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치매 환자의 하루는 누군가에게 긍정받지 못해요. 하지만 치매 어르신과 가족이 더 많은 기억을 나눈다면, 서로 더 오래 기억할 테고 그렇게 긍정되겠죠. 기억의 나눔으로 서로 지친 마음이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19일 전화로 만난 우씨의 말이다.
기억의 집은 지난해 10월 부산 사상구의 주택가 등 5곳에 마련됐다. 음악, 연극,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소통의 다리를 놨다.
이 작업 준비를 위해 우씨는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송모씨를 처음 만났다. 청사포에서 30년 동안 내리 물질하던 해녀인 송씨는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바다에서 전복을 한 바구니 가득 채워 들어올린 일을 꼽았다. 전북 고창에 사는 치매 어르신에겐 시집올 때 챙긴 요강이 '보물 1호'다. 이런 사연을 우씨는 기억의 집에 녹였다. "경증 치매인 어머님이 딸과 함께 기억의 집을 찾아오셨어요. 어르신이 둘러보곤 '내 기억도 이렇게 나눠주면 좋겠다'고 딸에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우씨는 "치매 하면 대부분 두려워 상상하지 않으려 하지만, 우리가 외면해선 안 되는 현실"이라며 "오래된 사람의 공간과 기억을 약탈하는 대도시에서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자존감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한 만큼, 이 프로젝트가 더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씨는 1년여간 진행한 이 과정을 책 '기억의 집'(호밀밭)으로 엮어 최근 냈다. 그는 치매환자 가족과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우씨는 서른 명의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돼지국밥' 프로젝트('너의 얼굴에 아버지가 있다')도 지난해 진행했다. 돼지국밥은 그가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먹은 음식이었다. 한부모가정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청년은 대학을 자퇴해 고졸로 20대를 지났다. "지난 기억을 외면할수록 아버지를 혐오하거나, 고졸인 내 선택이 부끄러워지고, 타인을 향한 도움에 더 엄격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자기 긍정이 제겐 중요했어요." 똑 부러진 '90년생' 작가는 직접 통과한 시간을 찬찬히 기록하고, 그 과정을 통해 나와 가족을 들여다보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한다.
우씨는 올해 대학원에 들어갔다. 전공(사회학) 공부로 바쁘지만, 시각장애인인 초등학생과 글을 주고받는 일이 요즘 그의 낙이다. 우씨는 "아이가 점자 패드로 글을 쓰면 난 노트북에 글을 쓰고, 그걸 내가 읽는다"며 "자기긍정을 주제로 1년여 동안 하고 있는데, 책이 출간되면 아이와 함께 북토크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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