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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율 10% 암에서 살아남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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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암투병을 소재로 '웰컴 투 항암월드'라는 실화소설을 쓴 홍유진 작가를 만났다. 2013년 서른이 갓 넘은 나이에 말기 혈액암(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도 생존율 10%의 좁은 관문을 통과한 암 생존자다.
나 역시 대장암을 겪은 암 생존자이기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홍 작가의 투병 과정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들으며 13년 전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홍 작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얘기를 듣는 내내 한편으로는 가슴 저리는 아픔을 느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적의 힘'에 대한 경외심이 생겼다.
홍 작가는 혈액에 단 하나의 암세포도 남기지 않기 위해 150일간 격리병동에서 항암제를 1~3차에 걸쳐 투여해야 했다. 골수이식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폐렴, 온몸 두드러기, 구토증, 탈모는 기본이었고 전신 피부가 검게 변하면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심해 잠을 못 잘 정도였다. 그걸 다 견뎌도 생존할 확률은 10%였다. 홍 작가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몸 상태였기에 골수이식을 앞두고 유서를 썼다"고 했다.
대부분의 암 환자가 진단 후 겪는 심리적 충격도 컸다. '왜 하필이면 내게 이런 일이?' '내가 연쇄살인범도 아닌데 왜 이런 지독한 병에 걸렸지?' 자책감이 너무 커 화장실 바닥 타일이 마녀처럼 보이는 환시에 시달리기도 했다.
8년째 암세포 제로(0)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홍유진의 기적'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와 가족, 의료진의 인간적 노력이 50%, 그 노력을 어여삐 여긴 신의 도움이 50%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신조차 감동시켜 보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니까요."
미국 엠디앤더슨암센터 종신교수인 김의신 박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6개월 이상 못 넘길 것이라는 말기암 환자가 기적적으로 회복하는 경우를 몇 번 봤는데, 마음을 완전히 비웠더라.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신의 영역'인 것 같다."
홍 작가는 버려진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4년째 하고 있다. 매일 3~4시간씩 30㎏의 사료를 나른다. 골수이식 후 4년이 지났는데도 몸이 회복되지 않아 한 걸음 걷기도 힘들었던 2018년, 우연히 버려진 고양이를 길에서 만난 게 계기가 됐다. 그녀는 "고양이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길고양이들이 저에게 행복과 건강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작가는 몇 백 그램짜리 사료 한 봉지를 들기도, 한 걸음을 걷기도 힘들었던 자신이 오히려 길고양이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또 다른 암 극복 비결은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읽기였다. "처음엔 불안해하는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병원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책에서 위안을 받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보다 훨씬 비참한 상황을 견딘 사람이 있으며, 가족 중에서 자신이 암에 걸린 게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는 것이다.
암을 이겨낸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최악의 상황을 딛고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긍정적인 마음을 지키려는 의지, 그리고 자신만의 투병 방법을 잘 실천하는 적극성이다. 나도 홍 작가도 마찬가지다. 다른 암 환자들이 고통과 두려움에 맞설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며 살겠다는 삶의 목표까지 닮았다. 홍 작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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