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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아래 자운영... 연둣빛·자줏빛 비밀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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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이) 언제가 가장 좋으냐고 물으면 당신이 방문한 오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 답합니다.” 우포늪에서 근무하는 창녕 문화관광해설사의 자신감에 찬 답변이다. 사계절 언제나 좋다는 말이다. 특히 “봄은 초록과 연두의 생명력이 돋보이는 계절이죠. 다 같은 초록이라도 풀과 나무의 종류에 따라 깊이가 다릅니다.”
우포늪은 창녕군 유어면, 이방면, 대합면, 대지면에 걸쳐 있는 총면적 250만㎡의 자연습지다. 800여 종의 식물류, 209종의 조류, 28종의 어류, 180종의 저서동물, 17종의 포유류 등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1997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이듬해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우포늪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진이 있다. 안개가 엷게 깔리고 햇살이 부서지는 가운데 쪽배를 타고 유유히 노를 젓는 풍경이다. 일반 여행객이 새벽 시간에, 그것도 안개 끼는 날을 맞춘다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우포늪에서 어로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허가를 받은 극소수 주민이다. 이런 사진은 거의 홍보를 위한 연출 이미지다. 일단 사진처럼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접자. 그게 아니라도 봄의 우포늪은 곳곳이 눈부신 비밀의 정원이다.
우포, 사지포, 목포, 쪽지벌, 산밖벌 5개 습지를 연결하는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다. 전체 10㎞가량으로, 모두 둘러보려면 최소 3시간 이상 걸린다. 우포늪 산책은 정상을 찍고 오는 등산과는 다르다. 천천히 최대한 느긋하게 걷는 사색의 길이다.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해 봄에 특히 아름다운 핵심 구간을 소개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유어면의 우포늪생태관(우포늪길 220)을 출발해 대대제방과 따오기복원센터 사이 우포 남쪽 제방을 돌아오는 코스로 약 1시간이 걸린다. 우포늪 탐방로에서 유일하게 자전거(대여료 2시간 3,000원)로도 둘러볼 수 있는 구간이다. 연두와 초록이 가장 고운 곳은 우포 서쪽 사초군락지 약 700m 구간이다. 따오기복원센터에서 500m 더 들어간 지점이다.
콘크리트로 된 옛 관개시설 뒤편으로 조금 들어가면 좁은 수로 양편으로 버드나무가 무성하다. 연둣빛 나뭇잎이 햇살에 반짝이고 그 모습이 녹색과 흙빛이 섞인 것 같은 탁한 물에 그대로 비친다. 수로에 폐허처럼 남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선으로 걸쳐 있다. 조심스럽게 그 위를 걷는 장면은 그대로 ‘인생사진’이다.
인근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작은 물웅덩이가 있다. 역시 이제 막 초록이 돋는 버드나무 가지가 수면에 비치면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주변 버드나무 군락 아래에는 자운영이 쫙 깔렸다. 싱그러운 초록에 연분홍과 보랏빛 꽃잎이 별처럼 흩뿌려져 있다.
“멀리서 보면 꼭 자주색 비단이불을 펼쳐놓은 듯, 붉은 물감을 확 풀어놓은 듯, 꽃 이름 그대로 자주구름 꽃밭이 꿈결같이나, 꿈결같이나 펼쳐졌습니다.” 공선옥의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에 묘사된 그대로다. 버드나무 군락 끝자락에는 좁은 수로를 건너는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모습이 또 동화 같은 곳이다.
아이와 함께 우포늪을 방문할 계획이면 대합면 우포늪생태체험장(우포2로 370)을 추천한다. 습지 일부를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야외학습장으로 꾸며 놓았다. 다목적 잔디마당과 자연놀이터도 있어 소풍하듯 즐길 수 있다. 미꾸라지·논고둥 잡기, 쪽배타기, 수서곤충 체험 등을 운영하는데 코로나19로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바로 옆 우포생태촌에 묵으면 우포늪 새벽 산책도 가능하다. 친환경 황토를 재료로 쓴 15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가격은 주중 3만5,000원~14만 원, 주말 5만~2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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