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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나답게 일할 수 있는 직장 찾아줘요"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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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에서 일하고 싶고 좋은 사람을 뽑고 싶은 것은 구직자나 기업 모두의 갈망이다. 이런 갈급한 희망들이 모여 등장한 곳이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신생 기업(스타트업) 원티드랩이다. 이복기(43) 대표가 2015년 창업한 이곳은 구직자가 원하는 직장과 기업이 원하는 사람을 찾아준다.
사람과 기업마다 원하는 것이 다른데 이를 어떻게 연결시켜 줄까. 이를 위해 이 대표가 꺼내든 카드는 지인 추천과 인공지능(AI)이다. 주변의 일 잘하는 사람을 추천하고 이들이 채용되면 추천인과 합격자에게 보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채용 실패의 위험을 줄였다.
이렇게 축적한 300만 건의 채용 성공 사례를 AI가 분석해 구직자에게 맞는 최적의 직장과 기업이 원하는 적절한 인재를 연결해 준다. 이런 방식으로 원티드랩은 지금까지 230만 명의 구직자를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5개국 약 1만5,000개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덕분에 원티드랩은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 유니콘(가치 1조 원 이상의 기업)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됐다.
이 대표는 원티드랩을 기술로 채용 시장의 미래를 바꾸는 인적자원기술(HR테크) 회사라고 정의했다. "각자의 경력과 역량에 맞는 회사를 찾아줘 나다우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죠."
핵심은 AI의 채용 결과 예측이다. "AI가 2015년부터 쌓인 300만 건의 채용 성공 사례를 분석해 구직자가 어떤 기업에 지원했을 때 합격률이 얼마인지 예측해 알려줘요."
단순히 결과 예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직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제시한다. "구직자의 경력과 취향을 기반으로 경력 개발을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하고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추천하죠."
이 과정에서 원티드랩의 AI는 꾸준히 진화한다. "구글의 AI '알파고'에 영향을 받아 개발한 초기 AI의 취업 성공 예측률은 높지 않았죠. 자료가 50만 건 넘어가면서 AI의 예측이 나아졌어요. 그사이 취업 성공으로 이어진 질 좋은 자료가 쌓였기 때문이죠. 덕분에 지원에서 취업까지 예전에 90일 걸렸는데 지금은 AI가 발전하며 27일로 줄었어요."
질 좋은 자료를 확보하는 방법은 취업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채용으로 이어졌을 때만 기업으로부터 7% 수수료를 받아요. 추천인 역시 채용으로 이어져야 보상을 받기 때문에 아무나 추천하지 않죠."
이 대표는 원티드랩 AI의 예측 정확성이 꽤 높다고 강조한다. "AI의 정확성을 수치로 나타낸 F1 스코어에서 70점 이상이면 해당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봐요. 원티드랩 AI는 80점 이상을 받았어요. 2019년 100명의 구직자를 무작위로 뽑아 채용 전문가들과 AI가 합격을 예측하는 내부 시험을 했는데 여기서도 AI가 이겼어요. 수많은 구직자와 일자리를 사람이 일일이 연결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죠."
이 대표에 따르면 AI는 사람이 찾지 못하는 구직자의 가능성까지 찾아낸다. "어떤 기업에서 표 계산 프로그램 '엑셀'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채용 조건으로 제시했는데 엑셀이라는 단어만 놓고 구직자의 경력을 뒤지면 이력서에 해당 단어가 없을 경우 찾지 못해요. 하지만 AI는 엑셀보다 어려운 'SQL'을 다루는 사람을 찾아내 합격시킨 사례가 있어요. 즉 드러나지 않은 데이터를 AI가 찾아낸 셈이죠. 이런 식으로 AI가 구직자의 채용률을 4배 이상 높였어요."
구직자들도 만족할까. "구직자가 채용되고 3개월이 지나야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요. 구직자가 해당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 3개월 전에 그만두면 수수료를 받지 못해요. 그렇게 수수료를 받지 못한 사례는 3~4%에 불과해요."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달라진 채용 시장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기업들이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바꿨어요. 수시 채용 시대에는 구직자별로 적절한 기업을 찾아주는 개인화 서비스가 필요해요."
그래서 이 대표는 경력 개발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원티드 플러스'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프리랜서)들을 기업에 연결해 주는 '원티드 긱스', 42만 개 기업의 채용 및 연봉 자료를 제공하는 '크레딧 잡', 클라우드로 인사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원티드스페이스' 등 여러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들은 해외에서도 쓰임새가 높다. "원티드 긱스는 해외 프리랜서들을 국내 기업에 연결해 줄 수 있어요. 동유럽이나 동남아 개발자들의 국내 취업을 원하는 메일을 많이 받아요. 거꾸로 국내 프리랜서들을 해외 기업에 연결할 수도 있죠. 전자서명 기능을 추가한 원티드스페이스를 해외에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최근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자본금 100억 원 규모의 투자사 원티드 파트너스도 자회사로 설립했다. "원티드 파트너스는 기존 사업과 관련 있는 HR 스타트업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는 등 두 가지 방향의 투자를 하죠."
직원들도 창업하면 투자할 생각이다. "창업하려는 사람은 아무리 말려도 나가요. 어차피 그럴 거면 서로 도움 되도록 투자해서 같이 가자는 생각이죠. 실제로 사내 창업가를 찾는 공지를 내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사례가 나오지 않았어요."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도 기능을 개선한다. "전문가 의견과 통계 자료를 이용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자리가 맞는지 구직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앱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만큼 이용자 환경(UI)이 많이 변하죠."
아울러 이 대표는 AI가 구직자의 취향을 적극 반영하도록 할 생각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직장, 재택근무를 자주하는 직장 등 AI가 일자리를 찾을 때 개인의 성향을 정교하게 반영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구직자들에게 성향을 묻는 질문을 하거나 어떤 기업 위주로 검색하는지 행동 양태를 분석할 수도 있어요."
이를 통해 적절한 이직 횟수 안에 최고의 직장(스윗 스팟)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전략이다. "평균 7, 8회 이직하면 스윗 스팟을 찾는다고 봐요. 그러려면 경력 개발에 도움 되는 곳을 찾아 이직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서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나온 이 대표는 첫 직장인 컨설팅업체 액센추어에서 6년간 일한 경험이 창업에 크게 도움 됐다. "직장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회사에 다니는지 알게 됐죠. 이 경험이 이용자 관점에서 서비스에 반영됐어요."
액센추어 퇴사 후 2014년 도전한 첫 창업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연날리기, 팽이돌리기 등 우리 전통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여행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현대로 '깔끔하게' 망했다. "사람들이 정보만 얻고 돈을 쓰지 않았어요. 여행 관련 예약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여서 관광객들이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였죠. 8개월 만에 퇴직금 1억 원을 모두 쓰고 망했어요. 정신 차리기에 충분한 금액이었죠. 그때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세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후 이 대표는 공동 창업자들과 100개의 아이디어를 내고 3가지 기준으로 사업이 될 만한 아이템을 추렸다. "3가지 기준은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인가, 빠르게 크는 시장인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였죠."
그렇게 고른 아이디어를 놓고 1주일 동안 관련 사업 종사자들에게 전화나 인터뷰로 타당성을 확인했다.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액센추어에서 쌓은 경험이고 습관입니다. 전화나 인터뷰하는 일에 두려움이 없었죠."
100가지 아이디어 중 괜찮은 아이템도 많았다. "맘핏이라고 이름 붙인 엄마들을 위한 모바일 쇼핑도 아이디어 중 하나였죠. 엄마의 성향이나 아이 성장 단계에 맞춰 좋은 것들을 추천해 주는 사업이었어요. 하기스에 기저귀 공급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국내 총판이 하나여서 어렵다더군요. 그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고르면 1주일 동안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했어요."
아이돌과 팬들을 위한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만드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아이돌에게 선물하는 시장이 꽤 컸죠. 돈이 흐르고 있었어요. 액센추어 근무 시절 가수 아이유 소속사였던 로엔을 컨설팅한 적이 있어서 생각한 아이디어죠. 팬들이 얼마나 돈을 쓰는지, 왜 쓰는지 알기 위해 여러 기획사에 전화하고 모 아이돌 팬클럽의 전 회장도 만나봤어요. 문제는 공동 창업자 중 누구도 아이돌을 좋아한 경험이 없었어요. 특정 인물에 몰입하는 팬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 포기했죠."
그렇게 살아남은 아이디어가 원티드랩이다. "채용 사업을 선택하고 후회한 적은 없어요. 사람과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HR사업은 계속됩니다. 국내에서 연 200만 명이 이직해요. 이 중 원티드랩을 거치는 인원이 연 1만5,000명이죠. 그만큼 개척해야 할 시장이 넓어요."
상장 이후 이 대표는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실시한 주주총회에서 이익잉여금을 주주에게 돌려주기 위한 안건을 채택했어요. 이익잉여금이 전입되면 1년 후부터 사용할 수 있는데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활용할 수 있죠. 어떤 방법을 택할지 시장 상황과 성장 환경을 보고 결정해야죠."
그는 예비창업가들의 창업을 말리는 편이다. "한 번의 창업으로 성공하는 것은 엄청난 운이죠. 그런 사람들은 로또를 사도 1등에 당첨될 겁니다. 성공한 창업가들은 여러 번 실패해 창업 근육이 생기면 이를 토대로 성공해요. 꼭 창업을 하고 싶다면 절대 혼자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혼자서 모든 역량을 갖추지 못하니 이를 보완해 줄 팀이 있어야 오래가요. 사업은 좋은 동료를 찾는 것에서 시작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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