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면담한 文, 민주당엔 속도조절 검찰엔 자기 개혁 주문

입력
2022.04.18 23:00
수정
2022.04.19 07: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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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과 70분 면담서
검찰에 '자기 개혁·자정 노력' 당부
검찰·민주당 대화 통한 합의 주문
민주당, 野 반발 속 법안소위 상정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개혁은 검찰과 경찰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반기를 들며 사표를 제출한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면담에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검수완박을 두고 충돌하고 있는 검찰과 민주당이 이번 사안을 '국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으로, 검찰의 자기 개혁을 주문한 동시에 법안 강행에 나선 민주당에도 '속도 조절'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오후 5시부터 약 70분간 김 총장을 면담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면서 대안을 함께 제시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 "檢 수사 항상 공정했다 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우선 김 총장에 대한 신뢰를 표하고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해 달라”고 했다. 이어 “검찰 내의 의견들이 질서 있게 표명되고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하고, 그것이 임기제의 이유”라고 말했다. 국회 입법 과정에 김 총장이 직접 검찰 측 입장을 개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검찰에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추진과 별개로 검찰개혁의 필요성 또한 충분히 인정된다는 취지다.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입장에선 입법권이 있는 국회가 법안 심사를 하기도 전부터 검찰이 집단 반발을 표출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본 셈이다. 집단 사표를 시사했던 고등검찰청 검사장들도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총장의 면담 후 “김 총장을 중심으로 국회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몰아치는 민주당, 檢과 절충 찾을까

관건은 민주당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수사의 관행을 지적하며 민주당의 검찰개혁 추진 배경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무리한 입법 방식에는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김 총장이 문 대통령에게 ‘대안’을 설명했다고 공개한 만큼, 향후 민주당과 검찰이 절충점을 찾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검찰이 향후 합리적인 검찰개혁 논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어 달라는 당부인 셈이다. 사실상 시한을 정해두고 몰아치고 있는 민주당의 입법 방식에는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내에서도 "문 대통령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동조한다면 굳이 김 총장에게 신뢰한다고 말했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율사 출신인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입법 추진과 관련해 내용 및 절차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민 법사위 제1소위원장이 18일 저녁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심사할 법사위 제1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법사위 제1소위원장이 18일 저녁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심사할 법사위 제1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사위 법안소위 野 반발 속 법안 상정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을 상정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임기(5월 9일) 내 검수완박 입법을 마무리하기로 당론으로 확정했지만,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주문한 만큼 당분간 숨 고르기에 나설 명분이 마련됐다는 해석도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KBS 인터뷰에서 "철저하게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바를 듣겠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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