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정호영의 '친정' 경북대생들 "의혹 철저 조사 전까지 덮으려 말자"

입력
2022.04.19 07:10
수정
2022.04.19 09:56

전 경북대병원장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딸 둘러싼 편입 과정·병역 관련 의혹 제기
정 후보자 해명에도 경북대생 익명게시판 '부글부글'
조국 사태 때 성명서 냈던 총학생회 향해서도 성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특혜 및 병역 비리 등 의혹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특혜 및 병역 비리 등 의혹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도 하기 전에 의혹을 묻어 버리려 하지 마라"
"조국이랑 똑같다. '내로남불' 없이 검증하고 볼 일"

18일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 경북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이다. 경북대 병원장 출신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아들·딸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두고 "문제 될 게 없다"고 해명하고, 경북대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의문점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친정' 경북대 학생들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①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에는 딸(29)이, 병원장으로 있던 2017년에는 아들(31)이 의대 특별 편입 전형에 합격한 과정에서 '아빠 찬스' '아빠 지인 찬스' 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점이다. 또 하나는 ②아들이 2010년 2급 현역 군 복무 판정을 받았다가 5년 뒤인 2015년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이 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에타 경북대 홈페이지에는 정 후보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들 딸의 의대 편입과 아들의 병역 관련 의혹이 말끔히 씻어지지 않는다는 의견의 글이 여럿 눈에 띄었다.

경북대 의대 편입(의편) 출신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이용자"의편 출신인데 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대 의대 편입이 학벌을 많이 보기로 악명이 높았다"며 정 후보자 아들 비리 의혹에서 '경북대 공대 출신이라는 학벌이 의편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후보자 측 주장은 "상황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정 후보자 아들이 편입한 당시에도 학생들 사이에서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편입생 대부분이 설카포(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고 연고(연세대, 고려대)도 거의 없는데 경북대 일반과가 들어온 건 많이 이상했다"며 "(당시) 학교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정 후보자 아들은 현재 경북대 의대 본과 3학년이다. 정 후보자가 2017년 38대 경북대병원장으로 취임해 재직하고 있을 당시,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오고 2018년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에 새로 생긴 '지역특별전형'을 통해 합격했다. 당시 정 후보자 아들과 함께 합격한 나머지 16명의 학부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대 1명, 카이스트 9명, 포항공대 5명, 이화여대 약대(고려대 입학 후 이화여대 약대 편입) 1명이었다.

이 내용이 경북대 커뮤니티에 공유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를 언급하며 "조민 입시 비리 때만큼 검증하는 게 맞는 것 같다"거나 "떨어진 지원자 스펙이 궁금하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정호영 교수 수업을 들었다"던 또 다른 의대생은 "이번 기회로 의대 교수들이 자식들을 끌어주는 일은 없앴으면 좋겠다""로얄 문제 해결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경북대 전자과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학점 4.33이면 공부 잘한 것'이고 'KCI 공동저자, 학부연구생 활동은 상식선에서 가능'하다는 이유로 정 후보자 아들이 "충분히 갖출 수 있는 스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 이용자들은 "그 스펙으로 의대 편입이 가능했다는 게 수상한 것", "스펙에 허위가 없다 해도 편입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는 까봐야 아는 것 아니냐"며 반박했다.


의대 편입도 병역 비리도..."청문회 때까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2021년도 첫 병역판정 검사에서 한 검사 대상자가 '현역대상' 결과를 받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21년도 첫 병역판정 검사에서 한 검사 대상자가 '현역대상' 결과를 받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 문제를 두고도 에타 게시판은 시끄럽다. 그는 2010년 2급 현역 군 복무 판정을 받았다가 5년 뒤인 2015년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이 됐다. 사유는 '척추협착'이었다. 하지만 ①이 증상이 20대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전문가 소견과 ②척추협착 진단을 경북대병원에서 받았다는 점 ③병역 판정이 바뀔 5년 동안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대 에타 이용자들은 "같은 편이라고 감싸지 마라"면서 "척추질환으로 공익 판정을 받았는데 5년간 든 병원비가 15만 원인 것이 말이 되느냐. 줄기차게 비판하던 '진보'와는 다르다는 것을 이럴 때일수록 보여줘라"고 반응했다. 본인은 '보수 진영 지지자'이지만 철저히 검증하라는 주장이다.

'의대 편입 문제없다'는 학생들도 병역 비리와 관련해서는 "두고 봐야 알 일"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 이용자는 "병역 판정 의혹은 수사해서 문제가 있으면 그때 뭐라고 하라"면서 "병역 비리만 납득되면 될 것 같다. 청문회 불 켜지고 보자"라는 반응도 있었다.

경북대 총학생회를 향한 요구 사항도 눈에 띄었다. 한 이용자는 3년 전 경북대 총학생회가 조국 전 장관 후보자 본인과 아내, 딸 조민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던 것처럼 "정호영 아들, 딸 의혹에 대한 수사 촉구 성명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우리의 교육을 외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는 "현재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을 조사하여 낱낱이 밝혀라"라는 주장이 있었다. 또 다른 한 이용자는 "조국 때는 총학생회가 성명도 냈는데 정호영 때는 중립을 외치는 건 보수인사에 대한 내로남불"이라며 비판했다.


소진영 인턴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