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도시 표방한 세종시, '셔클' 확대로 혼잡 완화 기대

입력
2022.04.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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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현대차 수요응답형 '셔클' 서비스 확대 추진 중
현대차 "1년 전보다 이용객 배 증가, 서비스만족 80%"
"2030년 도시 완성까지 대중교통 체계 부실 불가피"
"1~2㎞ 근거리 거주 공무원, 보도나 자전거 이용을"

18일 출근 시간 세종시 나성동 주택가 도로 풍경. 대중교통이 없다시피한 곳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량을 끌고 나면서 극심한 정체가 일어난다.

18일 출근 시간 세종시 나성동 주택가 도로 풍경. 대중교통이 없다시피한 곳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량을 끌고 나면서 극심한 정체가 일어난다.

세종시가 현대차와 협업하고 있는 수요응답형 커뮤니티 모빌리티 ‘셔클’을 확대한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승용차 이용자가 압도적인 탓에 출퇴근 시간 주요 도로가 몸살을 앓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세종시는 대중교통, 자전거 등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 없는 도시’를 표방해 20여 년 전 설계된 도시로, 인도와 자전거 도로는 넓게, 차도는 좁게 건설됐다. 도시 웬만한 곳에서 인도와 자전거도로를 합친 폭이 차로와 비슷하다.

18일 세종시와 현대차에 따르면 양측은 셔클 서비스를 기존 1생활권에서 2생활권으로 확대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셔클은 이용자가 서비스 지역에서 차량을 호출하면 대형승합차(쏠라티ㆍ11인승)가 실시간 생성되는 최적 경로를 따라 운행하는, 버스와 택시 중간 형태의 교통수단이다.

세종 셔클 이용객 1년 사이 두 배

현대차 관계자는 “이용객이 작년 4월 서비스 초반 하루 450명에서 현재 750명을 기록하고, 이용객 80% 이상이 지인 추천 의사를 밝힐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며 “서비스 지역 확대를 위해 세종시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관계자도 “기존 시내버스와의 환승 요금제 도입을 위해 현대차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셔클 한 대가 정부세종청사 앞으로 지나고 있다. 버스와 택시 중간 형태의 대중교통수단인 셔클이 대중교통이 빈약한 세종에서 인기를 끌자 세종시와 현대차는 증편 및 서비스 지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18일 오전 셔클 한 대가 정부세종청사 앞으로 지나고 있다. 버스와 택시 중간 형태의 대중교통수단인 셔클이 대중교통이 빈약한 세종에서 인기를 끌자 세종시와 현대차는 증편 및 서비스 지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세종 셔클은 지난해 4월 국내 두 번째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운ㆍ아름ㆍ도담ㆍ종촌ㆍ어진동 등 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한 주변의 1생활권에서 18대의 차량이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운행한다. 서비스가 2생활권으로 확대될 경우 다정ㆍ새롬ㆍ한솔ㆍ나성동 등이 포함되고, 운행 차량도 10대가량 늘어나게 된다. 현대차는 셔클 차량과 플랫폼(앱) 제공 및 운영을, 세종시는 운행요원 선발 및 관리를 맡고 있다.

최근 택시 86대 증차 계획을 확정한 세종시가 셔클 확대에 적극적인 것은 요즘 들어 좁은 도로 때문에 ‘도시 설계가 잘못됐다’는 혹평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도시가 모양을 갖추면서 인구가 늘었고, 그에 교통문제가 대두하자 도시 설계 개념까지 부정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며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격상되는 데 있어 교통문제가 발목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출 요청을 받은 셔클이 승객의 모바일앱을 통해 표시한 픽업지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셔클은 승객 출발지와 목적지에서 가장 가깝고 안전한 픽업 위치를 앱을 통해 승객에게 알려준다.

호출 요청을 받은 셔클이 승객의 모바일앱을 통해 표시한 픽업지점으로 들어오고 있다. 셔클은 승객 출발지와 목적지에서 가장 가깝고 안전한 픽업 위치를 앱을 통해 승객에게 알려준다.


사랑 못 받는 ‘유일 대중교통’ 버스

세종에는 현재 오송역-세종-대전역을 오가는 간선급행버스(BRT)를 포함, 58개의 버스 노선이 있다.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이다. 이 때문에 택시 증차, 셔클 서비스 지역 확대 외에도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선 버스의 수송분담률 제고가 필수적인 상황. 그러나 이용률이 저조하다. 세종 생활 4년 차의 한 시민은 “세종 버스는 직선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거의 없고, 돌고 돌다”며 “그 때문에 웬만해서 차를 끈다”고 말했다. 세종의 수송분담률은 2020년 기준 승용차 40.9%, 도보 44.5%, 자전거 2.8% 수준이고, 대중교통인 버스의 분담률은 7.0%이다. 8개 특ㆍ광역시도 중 최하위 수준이다. 세종시는 '버스, 자전거, 도보 분담률 70%'로 20여 년 전 설계됐다.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청사 앞 도로에 자전거를 탄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전거 도로를 갖춘 세종시이지만,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낮다.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청사 앞 도로에 자전거를 탄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전거 도로를 갖춘 세종시이지만,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낮다.

노선버스를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은 차고 넘치지만, 문제는 버스 노선 확대와 정비가 여의치 않다는 데 있다. 정부세종청사, 국회 세종분원, 대통령 집무실 예정지 등을 중심으로 6개의 생활권역이 원을 이루도록 한 세종시는 2030년까지 도시 건설 작업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세종시의 경우 버스 노선을 그때그때 바꿔줘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현 노선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 편의 증대를 위한 노선 평가 용역을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로서도 현재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너무해”

‘자동차 없는 도시’를 표방한 세종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전거도로를 갖춘 만큼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끌어올리면 당면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다. 세종시의회 한 관계자는 “인구 밀도가 낮고, 상가 공실이 많은 덕분에 주차 걱정 없이 차를 끌 수 있는 곳이 세종”이라며 “시민들에게 있어 출퇴근 시간만 제외하면 자가용 차량을 끌고 나오는 것이 더 편리하다”고 말했다. 전용도로, 공유 자전거 등 자전거 이용 여건은 훌륭하지만, 그보다 편한 차량을 끄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직 사회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개인형 이동장치(PM)로 출퇴근하면 교통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 것이란 것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사무실에서 1~2㎞ 거리에 거주하는 공무원, 기관 종사자들도 차를 끌고 출퇴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개인들은 자가용 이용 자제, 정부는 주차비 유료화 등으로 자전거 이용을 유도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만6,000명이 상주하는 정부세종청사는 총 8,529면의 주차장을 무료로 운용하고 있다.

18일 오전 세종시 한누리대로, 정부청사 방향의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아 많은 이들이 자가 차량을 이용해서 출근한다. 세종시의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50% 수준에 근접한다. 초기 70% 이상에 이르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18일 오전 세종시 한누리대로, 정부청사 방향의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아 많은 이들이 자가 차량을 이용해서 출근한다. 세종시의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50% 수준에 근접한다. 초기 70% 이상에 이르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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