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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만 서민을 위한다는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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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이제 프랑스 정치에서 극우 정당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은 2017년에 이어 다시 한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 진출함으로써 이 사실을 입증했다. 심지어 득표율이 마크롱의 절반에 불과했던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엔 초박빙으로 경합하며 선전하고 있다.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어쩌다' 주목받았던 정치인에 불과했다면, 마린 르펜은 '어쩌면' 정말 대통령이 될지도 모를 정치인이 되었다.
프랑스, 더 나아가 유럽과 미국에서 극우주의가 득세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달 초 있었던 헝가리 총선에서는 극우 여당 피데스가 또 한 번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폴란드 역시 극우 성향의 법과 정의당이 2015년 중도 좌파 정부를 몰아낸 이래 계속 집권하고 있다. 극우주의라는 독버섯은 동유럽은 물론 민주주의의 고향과도 같은 서유럽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단연 세계화가 있다.
극우 정당 혹은 극우 포퓰리스트로 일컬어지는 정치인들의 메시지는 대체로 비슷하다. 이들은 반이민, 반무슬림의 기치를 내걸고 자국의 경제와 치안을 논한다. 마치 쇠락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국으로 나간 기업들을 다시 불러들이겠다고 선언하고, 이민자들이 몰려와 일자리가 사라지니 국경에 장벽을 쳐서 막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처럼 말이다. 실제로 2017년 31세라는 나이로 오스트리아 총리에 오른 제바스티안 쿠르츠 역시 외무장관 시절 난민들이 들어오는 것을 강력하게 막음으로써 자국 보수 및 극우 세력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는 나쁘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하다. 세계화가 가져온 경쟁에 지치고, 밀려오는 이민자들로부터 일자리나 생명을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서민들에게 극우 정치인들의 메시지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눈앞의 생활고에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연대와 다양성을 논하는 진보의 목소리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가? 이는 진보 진영의 오랜 난제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언론 탓, 무식한 유권자 탓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 이런 분석들은 의미가 없다. 애초에 전제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가? 서민을 위한다는 정당들이 내놓은 메시지와 정책 중 진정 거기에 부합하는 게 얼마나 있는가? 진보는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인식의 틀 자체가 오만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 비정규직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네, 상황판을 놓고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네 하며 민생을 강조했다. 그중에는 소득주도성장처럼 다소 논쟁적인 정책도 있었다. 정책의 효과에는 찬반이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그런 방향을 설정했다는 건 분명 긍정적 신호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2019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때부터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의제만 비대하게 커진 원툴(one tool) 정당이 되었다. 그게 아니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처럼 권력구조 개편을 논하는, 속된 말로 자기들 밥그릇 싸움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5년이 지나는 사이 민생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마린 르펜의 선전에는 에너지 부가가치세를 인하하고 고속도로를 국유화하겠다는 등 민생·경제 공약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는 평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벌어졌던 광주 코스트코 유치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먼저 이슈화한 것도 보수정당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난 대선은 민생에 귀 닫았던 진보에 대한 심판이었던 셈이다. 일각에선 '혐오가 이겼다'고 했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혐오가 이긴 게 아니라 무능과 위선이 패배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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