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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혐오표현 개념 정확히 알아...문제는 회피 방법도 안다는 것"

입력
2022.04.18 07:10
수정
2022.04.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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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연구자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토론 언급하며
"건국 이래 혐오선동에 능수능란한 정치인"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오른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상암동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프로그램 '썰전라이브' 생방송 일대일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오른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상암동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프로그램 '썰전라이브' 생방송 일대일 토론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혐오표현을 연구하는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혐오표현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회피하는 방법도 정확히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교묘히 비껴가는 것 역시 "세련된 방식의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에서 최근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썰전라이브'에서의 이 대표 발언을 언급했다. 당시 이 대표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와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 토론했다. 앞서 이 대표는 시위가 시민들의 출퇴근을 방해한다며 '비문명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홍 교수는 먼저 이 대표가 방송에서 혐오표현의 개념을 설명한 것을 소개했다. "'나는 박경석이 싫어'라고 하면 그것은 혐오 발언이 될 수 없어요. '나는 박경석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싫어'라고 하면 그건 장애인에 대한 혐오입니다. 싸잡아 가지고 어떤 특성 때문에 '누가 싫다. 아무 이유 없이' (그게 혐오입니다). 저는 전장연이 장애인단체여서 그 시위에 대해 지적한 게 아니에요. 저는 북파 공작원 하시던 분들이 와서 지하철을 점거하고 운행을 중지하는 방식으로 본인의 뜻을 관철하려고 했다면 (똑같이 지적했을 거예요)"라는 게 이 대표의 발언이다.

홍 교수는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정치인들 중에 혐오표현의 개념을 이렇게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홍 교수는 이어 "문제는 그래서 혐오표현 혐의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의 혐오 선동가들은 본인이 혐오를 한다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예시로 든 것은 '이슬람 혐오가 아니다. 이슬람이 저지르는 테러에 반대하는 것이다', '조선족 혐오가 아니다. 그들이 저지르는 폭력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동성애 혐오가 아니다. 에이즈를 퍼뜨리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 혐오가 아니다. 여성의 안전이 위협받을까봐 걱정하는 것이다'다.

홍 교수는 그러나 "이 대표는 혐오 선동가들이 혐오표현 규제를 회피하는 전략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아주 뻔한 수법일 뿐이며, 그런다고 혐오선동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세련된 방식의 또 다른 혐오일 뿐이다"라고 못 박기도 했다.

홍 교수는 "이 대표처럼 잘 알고 대응하는 사람에게 속수무책"이라는 점에서, 또 "이 대표의 메시지를 듣고 뭣도 모르고 혐오표현을 마구 내뱉는 사람에만 적용되지, 이 대표 같은 정치인들은 털끝도 건드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혐오표현을 형사 처벌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결국 정치적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아주 치밀하고 끈질기게 문제제기하고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건국 이래 혐오선동을 가장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정치인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다"고 글을 마쳤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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