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 살펴본 법조계·학계 "입법 구멍·졸속" 우려

입력
2022.04.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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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보는 검수완박 법안>
경찰이 신청해야만 檢서 영장 청구 "위헌 소지"
검사가 수사상황 제대로 모른채 재판 임할 수도
"경찰 구속기간 늘어나 인권침해 소지"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ㆍ김용민 의원이 15일 오전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찬대ㆍ김용민 의원이 15일 오전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172명 의원 전원이 발의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검찰뿐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통해 형사사법체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법안 취지와 달리 △사법통제장치가 미비하고 △인권침해 소지까지 내포한 '졸속·날림 법안'이란 것이다.

'검사' 도려낸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의 두 축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사 주체였던 '검사'를 법안에서 도려낸 게 골자다. 검찰청법 개정안에선 '경찰과 공수처 공무원 직무에 관한 범죄'를 제외한 기존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수사 권한이 삭제됐다. 검사 직무를 공소제기와 유지로 못 박은 것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도 검찰 수사권 조항(196조)이 아예 삭제됐다.

검찰의 수사 권한 삭제에 대한 보완책으로 피의자 의견청취 조항을 신설했지만, 검찰 내부에선 '무용'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혐의 유무를 들여다보려면 피의자 신문 등이 필요한데 이를 못 하게 하고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조항을 만든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더구나 피의자와 참고인에게 의견을 듣고 싶어도 출석 요구권이 없어서 그냥 방치한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위헌' '형사사법체계 무력화' 의견도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 수사 범위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수준을 넘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헌법 제12조에 따르면 △체포영장 △압수수색 영장 △구속영장은 검사 신청을 통해 법원이 발부하도록 돼 있다. 경찰 수사에 기본권 침해 요소가 있는지, 수사 자체에 잘못된 게 없는지 검사가 한 번 더 살펴보도록 했지만, 개정안에선 경찰이 영장을 신청할 경우에만 검사가 청구하도록 규정했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검수완박' 법안이 형사사법체계를 무력화해 오히려 범죄 입증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모든 수사는 영장이 중요한데, 검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할 때 경찰이 보낸 자료만 보고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판검사가 수사 상황도 제대로 모르는데 법정에서 어떻게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해외 입법례에 유례없는 경찰 구속기한

경찰의 구속기간을 늘린 것을 두고도 해외 입법례와 비교해 역행할 뿐 아니라 구체적 규정조차 미비해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현행법상 피의자 구속기간은 최대 경찰 10일에 검찰 20일인데, 개정안에선 경찰 20일·검찰 10일로 바뀐다. 법조계에선 독일과 미국, 일본에선 경찰이 체포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이 최장 48시간에 불과한 점을 들어, 피의자 인권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실행위원은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에 경찰의 구속송치 이후 검찰이 보완수사 요청을 해서 돌려보낼 경우 구속기한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피의자의 구속기한이 리셋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소송구제권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이의신청하면 검찰로 넘어가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이제는 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경찰에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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