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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교통사고 냈는데, 부장검사 아니라서 전과자 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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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가 낸 교통사고 때 검찰 주장과 똑같은 논리로 변호했는데, 제 의뢰인은 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은 건지 납득하기 힘드네요."
안전지대를 침범해 교통사고를 낸 현직 부장검사가 경찰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송치 결정에도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사 사고로 기소돼 유죄 판결까지 받은 운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재심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 구제 수단도 마땅치 않아 평생을 '전과자'로 살아가야 할 상황에 놓였다.
부장검사 교통사고와 비슷한 사건에서 가해자를 변호한 적이 있는 A변호사는 17일 한국일보에 "부장검사 사건 당시 검찰이 내세운 논리와 똑같은 논리로 의뢰인을 변호했는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어떤 검사를 만나냐에 따라 처분이 달라진다면 국민들이 형사사법 시스템을 신뢰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30년 넘게 형사사건 피의자들을 대리해온 A변호사는 2016년 전남 장성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가해자 B씨 변호를 맡았다. 20대 사회초년생인 B씨는 도로에서 차량을 몰던 중 안전지대를 침범해 좌회전·유턴 차선에 진입하는 바람에, 해당 차선으로 진입하던 피해자의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검찰은 교특법에서 규정한 가해자의 12대 중과실(안전지대 침범) 행위로 판단해, B씨를 교특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B씨가 낸 교통사고는 지난해 수도권 검찰청 소속 부장검사가 올림픽대로에서 낸 사고와 매우 유사하다. 부장검사가 몰던 렉스턴 차량은 지난해 7월 8일 오후 6시 40분쯤 올림픽대로 4차로에서 5차로로 진입하기 위해 차로 사이에 있는 안전지대를 가로질렀고, 이 과정에서 5차로를 주행 중이던 피해자의 볼보 차량과 충돌했다. 그러나 검찰은 부장검사와 피해 차량이 충돌한 지점이 안전지대 바깥이란 점을 이유로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A변호사는 B씨 변호인으로 선임된 뒤 줄곧 "가해 차량이 안전지대를 완전히 벗어난 뒤 충돌했다"고 강조하며 B씨에게 교특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안전지대를 벗어난 직후이거나 벗어난 지점으로부터 불과 몇 미터를 벗어난 곳에서 최초 충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하면서도 "안전지대를 침범한 행위가 사고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면 피고인은 죄책을 가진다"고 반박했다. B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결국 B씨는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2017년 12월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 원이 선고돼 그대로 확정됐다. 유사한 사건인데, B씨는 검찰의 기소로 유죄가 확정됐고, 부장검사는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된 것이다.
A변호사는 "B씨가 부장검사보다 과실이 훨씬 적었는데도 검찰에서 단호하게 죄가 인정됐다"는 점도 짚었다. B씨는 차량 전체가 안전지대를 빠져나온 뒤 피해자 오토바이를 추월한 상황에서 충돌이 발생했지만, 부장검사 사건의 경우 충돌 당시 부장검사 차량 일부가 안전지대에 걸쳐 있었을 뿐 아니라 차량 앞부분끼리 충돌했기 때문이다. A변호사는 "충돌 지점뿐 아니라 사고 원인에 대한 과실 비율까지 따져 주장했지만, 검찰은 판단을 바꾸지 않았고 재판부도 검찰 논리를 받아들여 가해자가 쓸데없는 주장을 한다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장검사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서울중앙지검은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밖이면 사고 원인을 안전지대 침범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불기소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인용한 대법 판결이 내려진 날은 2017년 4월 13일로, B씨의 1심 선고일과 일치한다. A변호사는 "1심 재판이 끝나고 가해자 아버지가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된 자녀 걱정에 크게 낙담했다. 검찰이 대법 판례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다른 사건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찰은 B씨의 2심 재판이 대법 판례가 나온 다음에 진행됐는데도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었다.
A변호사는 특히 부장검사 불기소 처분의 근거로 검찰이 제시한 대법 판례가 일반화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해당 판례는 충돌 지점을 혐의 성립의 유일한 조건으로 적시하지도 않았다"며 "내가 맡은 B씨 사건에도 유리하게 적용되기 어려워 보이는데, 검찰이 유독 부장검사 사건에는 곧바로 적용한 게 의아하다"고 밝혔다.
최근까지도 부장검사와 같은 조건에서 사고를 낸 다수의 교통사고 가해자들은 교특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뒤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확정된 판결만 보더라도, 6차로에서 5차로로 넘어가기 위해 그사이 안전지대를 침범하다가 5차로를 달리던 피해자와 충돌한 사건(서울동부지법 2021고정230), 올림픽대로 진입 전 도로에서 올림픽대로 4차로로 넘어가기 위해 그사이 안전지대를 침범하다가 4차로를 달리던 피해자와 충돌한 사건(서울중앙지법 2021고정1449) 등이 있다.
검찰은 본보 보도 이후 수사 통일성 차원에서 일부 검찰청에 '안전지대 침범 행위와 관련,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밖이면 대법 판례에 따라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지침을 전했다. 그러나 경찰이 여전히 '충돌 지점'을 안전지대 침범 사고의 유일한 판단 조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검찰의 일방적 결정에 혼란이 우려된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지대 침범 행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원칙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찰이 일괄 불기소 원칙을 세운다면, 국민 편의와 수사 경제성을 위해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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