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몸무게가 늘어난다면…

입력
2022.04.18 17: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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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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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여성 A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무직으로 취업하면서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재택 근무가 잦아지고, 다니던 헬스클럽도 중단하면서 최근 2년 사이에 체중이 15㎏이나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기 시작해 병원을 찾았는데 '다낭성난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의 호르몬 이상으로 인해 난소에서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고 배란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생리 불순, 다모증, 비만, 불임이 발생한다. 오래 지속되면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복부 비만이 동반되는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에는 3가지 임상적인 특징이 있다. 난소에서 규칙적으로 배란이 일어나지 않아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체내에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분비가 늘어나 얼굴과 몸에 털이 많아지며, 초음파검사에서 난소가 커지고 다수의 작은 물주머니가 생긴다. 이 세 가지 중 2개 이상 해당된다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난소 안에는 다수의 작은 난포들이 있는데, 이 난포들이 배란을 일으킬 만큼 성장하지 않아 물주머니가 생기고, 배란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가임기 여성 중 5-10%가 가지고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절반 이상에서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진단을 놓치기 쉽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증상은 10대 후반이나 20대에 나타난다.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멈추거나 불임이 있고, 얼굴과 몸에 털이 많아지며, 체중이 늘고, 얼굴에 여드름이 많아지며, 탈모가 나타날 수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으면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인슐린에 대한 혈당 반응이 정상보다 낮아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는 인슐린저항성이 동반될 때가 많다. 이와 함께 체내 남성호르몬이 늘어나게 된다.

비만이라면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하므로 체중이 늘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40~80%에서 비만이 동반되며,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는 고농도 남성호르몬에 장기간 노출돼 복부 비만이 더 흔하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하려면 문진과 진찰을 통해 생리 불순이나 무생리, 다모증을 확인하고, 다낭성 난소 소견을 보기 위한 골반 초음파검사와 호르몬 상태를 측정하기 위한 혈액검사를 받아보아야 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완치보다 증상 치료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비만인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체중을 줄이면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얼굴과 몸에 털이 많아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문제는 경구 피임약 복용이 도움 될 수 있다.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는 호르몬 치료로 배란을 유도해 임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복강경을 이용해 열이나 레이저로 난소 안의 남성호르몬 생성 조직에 많은 구멍을 내어 파괴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중년 이후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이상지질혈증에 노출되기 쉬우므로 생리 불순ㆍ비만과 함께 얼굴과 몸에 털이 많아진다면 병ㆍ의원을 찾아 진찰ㆍ검사를 받는 것에 바람직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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