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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정수기' 콩팥, 20~30% 넘게 기능 떨어져야 증상 나타나

입력
2022.04.16 05:30
수정
2022.04.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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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오국환 교수가 소개하는 만성콩팥병 검사·치료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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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병은 병이 상당히 나빠진 뒤에야 발견될 때가 많습니다. 특히 나이가 6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고 평소 약을 많이 복용하는 사람은 콩팥병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콩팥은 우리 몸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콩팥에 이상이 생겨도 뚜렷한 증상 없이 합병증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따라서 콩팥 역할과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콩팥 구조와 역할, 만성콩팥병과 그 치료법까지 오국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에게 물었다.

-콩팥의 구조와 역할은.

“콩팥은 우리 몸속에 2개가 있고 오른쪽은 간의 아래쪽, 왼쪽은 횡격막 아래 비장 근처에 위치한다. 콩팥 길이는 10~12㎝, 폭은 5~6㎝, 두께는 2.5~3㎝ 정도이며 한쪽 콩팥 무게는 120~190g이다. 콩팥은 혈액을 깨끗하게 정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전해질(칼슘, 마그네슘 등) 조절, 비타민 D 활성화, 빈혈 및 혈압 조절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만성콩팥병이란.

“나이 들면서 콩팥 기능은 조금씩 떨어진다. 이전에는 콩팥 기능이 떨어지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콩팥 기능이 떨어진 채 살아가는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콩팥은 문제가 생겨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장기다. 보통 콩팥 기능이 20~30%까지 떨어지기 전에는 모르다가 뒤늦게 발견될 때가 많다. 3개월 이상 서서히 콩팥에 병이 생기는 것을 ‘만성콩팥병’이라고 한다.”

-만성콩팥병 진행 단계는.

“진행 상황에 따라 1단계에서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거의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사구체여과율(콩팥에 있는 사구체가 혈액을 걸러내는 정도)도 정상 범위이다. 소변검사로 단백뇨 혹은 혈뇨가 나오거나 영상 촬영을 통해 발견할 때가 많다. 콩팥병은 초기에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음식을 싱겁게 먹는 등의 건강한 생활 습관이나 운동 등 다양한 조절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2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분당 90cc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분당 60cc가 되기 전까지를 말한다. 그리고 3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분당 30~60cc 범위다. 이 시기에는 가벼운 피로감을 느끼고 잠자다가 소변을 보는 야뇨증, 가벼운 부종 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2, 3단계 또한 원인을 잘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와 고혈압ㆍ당뇨병 관리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4단계는 사구체여과율이 분당 15~30cc 범위이다. 이 단계에서는 몸이 붓거나 단백뇨가 나오고 피로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또한 혈압이 오르거나 빈혈이 생기고 뼈에 여러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5단계는 만성콩팥병의 마지막 최종 단계다. 사구체여과율은 분당 15cc 이하로 떨어지고 몸속 노폐물이 잘 청소되지 않아 여러 증상을 느끼게 된다. 입맛이 없고 구역질을 하거나 숨이 차고 빈혈 증상이 온다. 그러면 투석(透析)이나 콩팥이식을 받아야 한다.”

-만성콩팥병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어떤 검사를 하는지.

“가장 간단하게는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를 진행한다. 특히 혈액검사에서는 크레아티닌 수치를 검사한다. 크레아티닌(Creatinine)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로, 대부분 콩팥을 통해 배출되므로 콩팥 기능의 지표가 된다.

혈액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으면 콩팥에서 노폐물이 잘 걸러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을수록 사구체여과율은 낮다.

또한 소변검사에서는 단백뇨와 혈뇨 검사를 진행하는데 단백뇨와 혈뇨가 있다는 것은 콩팥이 손상됐다는 뜻이다. 이 밖에 콩팥 초음파 혹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콩팥 모양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하기도 한다.”

-만성콩팥병 치료는 어떻게.

“만성콩팥병의 마지막 단계인 5단계가 되면 자신의 콩팥만으로는 살아가는 게 굉장히 힘들어진다. 요독 증상이 나타나고 혈압이 오르거나 몸이 붓기에 콩팥 기능을 대신해 주는 대체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혈액투석, 복막투석, 콩팥이식 등이 있다.

투석에는 크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다. 혈액투석은 인공신장기를 이용해 혈액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체내 전해질 균형 유지와 과잉 수분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혈액투석은 병원에 방문해 의료진 도움을 받아 진행되므로 비교적 쉽고 안전한 방법이다. 다만 병원을 2~3일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다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한편 복막투석은 복강 내에 특수한 도관을 삽입해 그 관을 통해 깨끗한 투석액을 투입하는 방법이다. 복막투석은 환자가 교육을 받고 집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 시간적인 측면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나이가 많은 환자는 시력이나 인지력이 떨어져 투석액 교환을 정확하게 하지 못해 복막염에 걸리거나 요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본인 상황에 맞는 투석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은 나빠진 콩팥 기능이 좋아지는 치료는 아니다. 투석은 부족한 콩팥 기능만큼을 대신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콩팥이식을 받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투석해야 한다.”

-콩팥이식을 받지 못할 때와 콩팥이식 후 주의사항은.

“콩팥이식을 위해서는 전신마취 후 4~6시간 정도의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이식 직후에는 고용량 면역억제제들을 복용하게 된다. 이처럼 수술 및 후속 치료를 견딜 수 없이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는 당장 콩팥이식 수술을 받을 수 없다.

콩팥이식 수술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이식받은 새 콩팥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한 번의 콩팥이식 수술로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식 후에도 평생 관리를 잘할 수 있는 치료 순응도가 높은 사람이 이식을 받는 것을 권한다.”

-만성콩팥병이라면 어떤 걸 기억해야 하나.

“만성콩팥병 진단은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만으로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으로 만성콩팥병 여부를 적극적으로 알아내야 한다. 초기에 잘 진단해 열심히 관리하면 콩팥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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