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시위 찬반 토론' 했다가 뭇매 맞고 사과한 어린이 잡지

입력
2022.04.16 13:00
수정
2022.04.18 10:14

어린이 과학동아 '장애인 이동권' 관련 토론 진행
"장애인 이동권은 찬반으로 논할 수 없다"
누리꾼들 항의에 사과문 올리고 토론 내려
"시위 방식에 대해 토론하고 싶었다" 해명


어린이 과학동아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고 있다. 트위터 캡처

어린이 과학동아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고 있다. 트위터 캡처

어린이를 독자로 하는 과학 잡지 어린이 과학동아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 관련 토론을 진행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장애인 이동권은 찬반을 논할 수 있는 토론 주제가 아니다", "출퇴근하는 어른들의 입장을 공감하기 힘든 어린이들에게 논의하도록 만든 것은 옳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잡지 측은 공식 사과와 함께 관련 토론 내용을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 어떻게 생각하냐" 토론 주제에 누리꾼들 비판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어린이 과학동아 측 사과문. 동아사이언스 어린이 과학동아 홈페이지 캡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어린이 과학동아 측 사과문. 동아사이언스 어린이 과학동아 홈페이지 캡처

어린이 과학동아는 5일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 '시끌벅적 토론터'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하고 있다"며 "이를 두고 출근하는 시민을 방해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시끌벅적 토론터는 그동안 원자력 에너지, 나이 셈법 표준화, 식품 모방 제품 등 사회적 이슈를 토론해 왔다. 토론은 참가자의 실명을 공개한 채 찬성과 반대 중 하나를 고른 다음 주장의 근거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장애인 이동권 관련 토론도 주제가 공개되고 일주일 동안 댓글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던 중 13일 한 누리꾼이 어린이 과학동아에서 해당 토론을 소개하는 글을 보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제점을 공개 지적한 것이다.

그는 먼저 ①장애인 이동권을 토론 주제로 선정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②반대 측 주장으로 "시민의 불편을 야기하는 장애인 시위에 반대한다"고 제시해 장애인과 시민을 구별 짓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문제 삼았다. 이에 다른 누리꾼들도 "어린이 과학동아를 구독하는 장애 아동을 고려하지 못했다", "차라리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 방법을 주제로 삼는 것이 나았다"며 비판에 힘을 실었다.

어린이 과학동아 홈페이지의 '기자단 포스팅' 게시판에 올라온 토론 글을 보면, 시위 방식 자체를 토론해 보자고 설명했지만 제목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이용자는 "시위에 대한 찬반인데 관리자가 이동권 보장에 대한 찬반으로 올려서 제목만 보고 댓글을 쓴 사람들이 있다"며 "관리 좀 철저히 하라"고 꼬집었다.


빠른 사과로 대처했지만..."재발 방지와 후속 기사 약속해라"

3월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김가윤 인턴기자

3월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김가윤 인턴기자

결국 어린이 과학동아는 토론 관련 게시물을 내리고 처음 문제를 제기한 누리꾼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공식 사과문에서 잡지 측은 "그간 소홀히 다뤄지던 주제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함께 사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더해 "주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 표현과 용어, 찬반 명제 등을 신중히 작성하지 못해 논란을 야기했다"며 "지하철이 지연된 시위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려 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누리꾼도 "편집장으로부터 사과문이 포함된 메일을 받았다"며 "이번 토론으로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어린이에게 심어줄 수도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어린이 과학동아 측의 사과가 올라온 후 다른 누리꾼들은 "어린이를 독자층으로 둔 잡지가 성인에게만 사과한 것이 잘못되었다"며 "어린이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과문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과 후속 기사 발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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