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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통째 인수하겠다는 머스크…‘포이즌 필’ 검토하는 트위터

입력
2022.04.15 17:04
수정
2022.04.15 17: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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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트위터 전체 지분 53조 원에 매입 제안
경영권 방어 나선 트위터 이사회..."트위터 본질적 가치 반영 안 돼"
머스크, 53조 원 인수 자금 조달 가능할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14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글로벌 강연 플랫폼 테드22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밴쿠버=AFP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14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글로벌 강연 플랫폼 테드22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밴쿠버=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기습적인 인수합병 제안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발칵 뒤집혔다. 머스크 CEO는 기존 트위터 정책에 불만을 제기해왔으며, 인수할 경우 트위터를 비상장사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시장은 그가 430억 달러(약 53조 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위터 이사회는 14일(현지시간) 오전 머스크 CEO의 인수합병 계획과 관련해 긴급이사회를 개최하고 성명을 통해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서는 머스크 CEO의 인수 제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하기로 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 필(Poison pillㆍ독약조항)’ 도입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방어 수단인 ‘포이즌 필’은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늘려 머스크 CEO의 지분 확보를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인 셈이다.

이사회는 머스크 CEO가 제안한 지분 매입 가격이 상당히 낮다고 판단했다. 머스크 CEO는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트위터 지분 100%를 1주당 54.20달러에 현금으로 인수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총 430억 달러 규모다. 1년 전 트위터는 주당 70달러를 호가했다. 트위터 주요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머스크가 제안한 인수 가격은 트위터의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트위터의 본질적 가치에 근접하지 않는다”며 “최대 장기 주주 중 한 명으로서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트위터 계정.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트위터 계정. 로이터 연합뉴스


이사회의 부정적 입장에도 머스크 CEO는 이날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플랜B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보낸 제안서에서 “트위터가 전 세계 표현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가능하기 위한 사회 필수 요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인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트위터에) 투자한 이후로는 트위터가 잘될 것이라거나 현재 형태로는 사회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트위터는 개인 기업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그간 머스크가 트위터가 인종ㆍ정치 등과 관련해 일부 표현을 제한한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으며, 그가 트위터를 인수할 경우 비상장사로 전환해 자신의 입맛대로 정책을 바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머스크 CEO의 보유 자산은 무려 2,50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2년 최고 부자 1위다. 하지만 대부분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그가 소유한 회사의 주식이다. 트위터 인수 자금인 약 53조 원을 마련하려면 이들 주식 상당수를 매각해야 하는데, 이 경우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하고 경영권도 약화할 수 있다.

물론 그가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트위터를 인수할 수도 있다. 테슬라는 경영진에게 보유 주식의 25%까지 담보 제공을 허용하고 있는데, 머스크 CEO가 보유한 지분이 1,760억 달러 상당임을 감안하면 최대 약 44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머스크 CEO가 최선이자 마지막이라며 제시한 인수 자금(430억 달러)은 충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은행이 변동성이 높은 주식을 담보로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줄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문제다.

머스크의 인수 제안 소식이 알려진 뒤 트위터 주가는 이날 45.08달러로 전날보다 1.68% 하락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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