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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의 잣대는 한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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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는 ESG를 연구하는 그룹이 있다. 상장기업들의 ESG 평가와 등급 산정 업무를 하는 곳이다. 또 다른 그룹에서는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를 주로 연구해서,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들에 상장기업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권고하는 일(의결권 자문)을 한다.
필자의 오래된 고민은 이 두 그룹이 이해하고 있는 지배구조에 대한 관점의 차이이다. "ESG의 G는 지배구조만을 연구하는 G와는 다른 것인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투자 재산을 관리하는 대리인이다. 이들에게 지배구조자문을 하는 이들(주총 안건을 분석하는 그룹)은 기업 이해관계자 중 주주 이익을 최우선시한다.
기업의 가치 증대는 주식 가치 상승으로 귀결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차나 선후 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 특히 이해관계자들의 단기적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면 배당에 대한 관점이다. 배당의 예측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입장, 그래서 기대 이상의 당기순이익에도 불구하고 배당보다는 내부유보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한국의 기업들 중 다수는 경기변동에 민감한 손익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실적에 비례하여 배당성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이익이 큰 만큼 비례해서 배당금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주주 이외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종업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배당금이 늘어난 만큼 임금이 늘어나야만 하는가? 손익변동만큼 해마다 임금변동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인가? 또 하나의 이해관계자인 채권자는 또 어떠한가? 기업유보율이 높으면 대체로 부도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들은 배당보단 유보를 선호하지 않을까? 이렇듯 이해당사자 간 충돌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ESG 쪽에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주주총회 의안분석 및 의결권 자문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좀 불안한 구석이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마찬가지로 필자의 회사도 '의결권 가이드라인'과 'ESG평가 중 G요소의 항목'들은 상이한 부분이 많다. 국민연금의 주총 반대의견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임원 보수한도'에서 발생했다. 경영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과다한 보수, 때로는 일종의 '먹튀'를 예방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에 비해 필자의 회사에서는 ESG 평가 시 과다한(?) 임원보수를 직접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대신 보수위원회(보상위원회)의 형식과 작동 여부를 고려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지배구조(G)는 E, S, G의 세가지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모든 산업에 걸쳐 최소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고 특정 금융산업의 경우는 7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을 포함한 전 세계 ESG평가기관이 거의 대부분 산업에 대해 그러할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요소이고, 중요한 만큼 다각적이고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기업지배구조의 사전적 정의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메커니즘', '기업의 의사결정과정 체계' 등으로 표현된다. ESG의 G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다 장기적인 의사결정, 이를 위한 효율적인 이사회의 구성과 활동 그리고 이해관계자를 모두 아우르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서너 마리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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