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尹·安 '공동정부' 약속 ... 만찬 회동으로 극적 봉합

입력
2022.04.14 22:20
수정
2022.04.14 22: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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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일정 보이콧·尹 "장관 인선 문제없다"
파국 우려 속 만찬 회동으로 봉합 모양새
정부·공공부문 요직 인선 두고 갈등 잠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서울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서울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간 공동정부 구성 약속이 14일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마무리된 새 정부 내각 인선 내용을 두고 두 사람이 결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지만 전격 만찬 회동으로 극적 봉합을 이루면서다. 윤 당선인 측은 “양측이 새 정부 성공을 위해 하나가 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차관급 인선과 공공부문 요직 인선에 따라 양측 간 갈등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철수, 패싱 논란에 일정 보이콧

파국은 면한 셈이지만,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양측 간 균열 조짐을 뚜렷했다. 윤 당선인이 발표한 3차 인선에서도 안 위원장 측 인사가 배제되면서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안 위원장이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면서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윤 당선인의 발언에는 인선에 대한 문제 의식이나 안 위원장을 배려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상 기류는 전날(13일)부터 감지됐다.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과 인수위 관계자들의 도시락 만찬에 불참했다. 내각 2차 인선 발표 직후로, 인사 불만 표출로 해석됐다. 안 위원장의 마음은 10일(1차 인선·8명)과 14일(2차 인선·8명) 사이에 급속도로 식은 것으로 보인다. 1차 인선에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는 1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직을 던졌지만, 안 위원장 측은 "다음 인선안까지 봐야 한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 의원의 사퇴를 말렸다고 한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오후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에 처음으로 불참한 가운데 안 의장 자리를 비워 둔 채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오후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에 처음으로 불참한 가운데 안 의장 자리를 비워 둔 채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그러나 14일 2차 인선 명단에도 '안심'(안 위원장의 마음)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안 위원장도 윤 당선인의 공동정부 구성 의지를 본격적으로 회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인선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납득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안 위원장 측에서 흘러나왔다. 한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왜 빠졌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조차 없었다"고 했다. 안 위원장 측은 내각 명단을 미리 공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安 패싱? 이해 안 간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에게 몸을 낮출 뜻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공동정부 구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취재진에 "공동정부라는 것은 함께 훌륭한 사람을 찾아서 임무를 맡기는 것이지, 누구 사람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3차 인선 발표 뒤에도 "(내각 인선에서) 어느 특정 인사를 배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 패싱 등) 기자들의 얘기가 이해 안 간다"며 "(안 위원장으로부터) 인사 추천을 받았고, 인선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를 설명도 해 드렸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공동정부 구성은 대선후보 단일화 합의 조건이었다"며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안 위원장이 인선 갈등을 이유로 인수위를 떠난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 우선 공동정부 지분을 통째로 잃게 된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또 철수한 지도자"라는 오명이 진해지는 것도 부담이다. 윤 당선인 역시 안 위원장의 손을 놔버리면 두고두고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11차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11차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尹 당선인 측 "양측, 새 정부 성공에 공감"

두 사람의 만찬 회동으로 파국은 피한 셈이 됐다. 만찬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웃음이 가득했고 국민들 걱정 없이, 공동정부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손잡고 가자고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안 위원장 측 인사들이 장관 인선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정부와 공공부문 요직에 다수 배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15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로 정상 출근해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장재진 기자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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