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장관 후보자, 광우병 사태 때 미국에 "한국은 민주주의 과잉"

입력
2022.04.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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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발언 위키리크스가 공개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진(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5일 미국 워싱턴에서 그레고리 믹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을 면담하고 있다. 한미정책협의대표단 제공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진(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5일 미국 워싱턴에서 그레고리 믹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을 면담하고 있다. 한미정책협의대표단 제공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에 낙점되면서 14년 전 그가 미국 측에 “한국은 민주주의 과잉(Too much democracy)”이라고 했던 일화가 회자되고 있다.

2017년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문서를 보면, 박 후보자는 2008년 6월 18일 제임스 신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만나 이 같은 발언을 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광우병 논란이 확산하면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때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던 박 후보자는 국내 교수 등과 함께 신 차관보를 면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정치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며 “이명박 정부는 대격변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번 소란이 향후 5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이 어느 정도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지와 이번 시위가 야기한 한국 민주주의 통치에 대한 도전을 정부가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미동맹 현안은 일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과잉’ 발언도 국내 정치를 우려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쇠고기 시위가 한국 민주주의에 매우 심각한 도전을 던지고 있다”면서 “민주주의는 맹렬한 속도로 진보하고 있는데, 지금 사람들은 대규모 시위가 정부와 소통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상을 민주주의 과잉으로 본 것이다.

또 박 후보자는 다른 참석자와 ‘인터넷상에서 웹캐스트를 게시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데, 쇠고기 시위에서는 뜬소문도 공유됐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이를 “기술로 무장한 도시 게릴라식 시민 불복종”으로 칭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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