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서 '윤심' 뚜렷... '공정에 배치' 반발도

입력
2022.04.14 21: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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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마음)' 공천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후보들이 공천권을 따내면서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윤 당선인이 강조해온 '공정' '상식'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6월 지방선거 강원지사 후보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단수 공천했다. 황 전 앵커는 대선 기간 중앙선대위 언론전략기획단장을 맡아 당시 윤 후보의 TV토론 전략을 조언했고, 강원 선대위 공동의장을 맡았다. 이에 당장 '윤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황 전 앵커와 함께 공천을 신청했던 김진태 전 의원은 공천배제(컷오프)됐다. 김 전 의원은 컷오프 직후 입장문을 통해 "공관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나"라며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김 전 의원의 지지율이 황 전 앵커보다 높았던 만큼 황 전 앵커의 단수 공천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관위 측은 윤심이 반영됐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김행 공관위 대변인은 "두 분 중 한 분이 '컷오프'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분으로 결정됐을 뿐"이라며 "전략공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이 2019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망언 논란'으로 중앙당의 경고를 받은 전력도 고려했다는 게 공관위 측 설명이다. 다만 김 대변인은 "(윤심 논란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일부 공관위원도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윤심'을 둘러싼 잡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시장 후보 최종 경선에서 탈락한 박맹우 전 울산시장도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과 홍준표 의원 사이에서 한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 컷오프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것도 '윤심'을 등에 업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원과 양자 경선을 해야 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윤 당선인의 약속이 공정과 상식"이라며 "곧 대통령에 취임하실 분이 공천이나 선거 개입은 절대 안 할 것"이라며 '뼈 있는 말'로 견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윤심'은 지방선거 공천 이전부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윤 당선인은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하고 있던 김태흠 의원을 설득해 충남지사 출마로 전환하도록 했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사이인 권성동 의원이 압도적 표차로 원내대표에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윤 당선인이 사실상 교통 정리를 한 셈이었다.

윤 당선인이 빠르게 당을 장악하려는 의도이지만, 당내에선 윤심의 과도한 영향력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천에 대한 불만으로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잇따를 경우, 민주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14일 마무리된 1기 내각 인선에서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윤 당선인과 가까운 인물들이 다수 배치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정치 경험이 없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조급한 인선을 강행하고 있다"고 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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