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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잊은 윤석열 당선인, '쇄신' 없는 민주당... 길 잃은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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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은 뜨겁게 경쟁했지만, 승부가 난 뒤엔 '선'을 지켰다. '정권 인수의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새 정부의 안정적 착근과 국민의 이익이라는 당위가 정쟁과 정략을 눌렀다. 진정성이 없었을지라도, 이긴 쪽은 협치를 약속했고 진 쪽은 새 정권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번 대선 이후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협치·통합 공약을 뒤로 물린 채 '내 사람' 중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잊은 듯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국회 입법 독주를 예고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수정 같은 시급한 민생 과제는 방치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0.73%포인트'라는 역대 대선 최저 득표율 차이로 승리했다. 겸허와 통합을 민심이 명령한 것이지만, ‘60대·영남·서울대·남성·측근' 같은 키워드로 요약되는 윤 당선인의 내각 인선에선 그런 노력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검찰 최측근이자 여권과 악연이 깊은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윤 당선인의 인사에 '마이웨이'라는 오명을 씌웠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절대 파격 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이후 줄곧 우클릭 중이다.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사저를 찾아 검사로서 박 전 대통령을 탄핵과 구속에 이르게 한 것을 사과했다. "참 면목 없습니다. 늘 죄송했습니다"라는 발언은 윤 당선인의 시선이 '오직 보수'로 향해 있음을 보여줬다.
민주당에선 "반성하고 쇄신하겠다"는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민주당의 회초리는 벌써부터 윤 당선인을 향한다. 진보·중도 진영에서도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왔음에도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검수완박의 합리적 명분 쌓기를 생략한 채 '문재인 정부 임기 중'이라는 촉박한 입법 시간표부터 내걸었다.
국회가 여소야대 환경이라는 것은 민주당이 '믿는 구석'이다. 다수 의석을 최대한 활용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 당선인 공약에 따라 임대차3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신고제)을 축소 내지 폐지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민심이 민주당을 심판한 이상, 민주당이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의 수정엔 명분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임대차3법을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인 선악 진영 논리에 여전히 갇혀 있다"며 "야당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의 성공적 이륙과 심판받은 거대 정당의 쇄신을 위해 쓰여야 할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대선에서 윤 당선인과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 즉시 시행'을 약속했던 민생 과제들도 방치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손실보상을 선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안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를 돕기 위한 지원 법안 △과도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법안 등은 대체로 여야 이견이 없음에도 국회에 장기간 계류돼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대선 공통 공약 추진도 기약이 없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6·1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큰 타격을 받는 만큼, 대결 국면이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상대를 경쟁적으로 자극하며 불필요한 긴장을 높여 민생에 피해를 주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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