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안철수, 달랠 생각 없는 윤석열 당선인... 파국으로 가나

입력
2022.04.14 20:20
수정
2022.04.1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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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일정 보이콧한 채 칩거
윤 당선인 "장관 인사 문제없다"
安, 인수위원장 조기사퇴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인수위 기획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맞잡았던 손을 뿌리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마무리된 새 정부 내각 인사에서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사실상 '패싱'당했다. 안 위원장이 칩거한 채 거취를 고민한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윤 당선인의 이날 발언엔 안 위원장을 달래겠다는 조급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남느냐, 떠나느냐. 안 위원장의 결단엔 많은 것이 달렸다. ①공동정부의 운명과 ②윤 당선인의 리더십과 정치력에 대한 평가, ③보수 잠룡을 꿈꾸는 안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 얘기다.

안철수, 인수위 일정 보이콧... 윤 당선인 "인사 문제없다"

누구보다 '성실한' 인수위원장이었던 안 위원장은 14일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오전 서울소방본부 방문, 오후 코로나특위 회의 등은 모두 안 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채 진행됐다.

이상 기류는 13일부터 감지됐다.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과 인수위 관계자들의 도시락 만찬에 불참했다. 내각 2차 인선 발표 직후여서 인사 불만 표출로 해석됐다.

안 위원장의 마음은 10일(1차 내각 인선·8명)과 14일(2차 인선·8명) 사이에 급속도로 식은 것으로 보인다. 1차 인선에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는 1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직을 던졌지만, 안 위원장 측은 "다음 인선안까지 봐야 한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 의원의 사퇴를 말렸다고 한다.

14일 발표된 내각 명단에도 '안심'(안 위원장의 마음)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안 위원장도 윤 당선인의 공동정부 구성 의지를 본격적으로 회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인선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안 위원장 측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왜 빠졌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조차 없었다"고 했다. 안 위원장 측은 내각 명단을 미리 공유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을 홀대했다는 얘기가 된다.

안 위원장마저 중대 결심을 한다면 인수위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윤 당선인은 "신의도, 협치 의지도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에게 몸을 낮출 뜻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윤 당선인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내각을 구성하면서) 어느 특정 인사를 배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이 분노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안 위원장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자 윤 당선인은 "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인사 추천을 받았고, 인선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를 설명도 해 드렸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국 상처만 남기고 결별? 극적 봉합?

국민의당 관계자는 "공동정부 구성은 대선후보 단일화 합의 조건이었다"며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인수위원장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지 않겠나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인수위를 떠나면 득보다 실이 크다. 우선 공동정부 지분을 통째로 잃게 된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또 철수한 지도자"라는 오명이 진해지는 것도 부담이다. 윤 당선인 역시 안 위원장의 손을 놔버리면 두고두고 비판에 시달릴 것이다.

두 사람이 극적으로 갈등을 풀 여지가 아직 남아있단 얘기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안 위원장 측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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