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앞두고 10년 만에 재소환된 이유

'론스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앞두고 10년 만에 재소환된 이유

입력
2022.04.16 11:00
수정
2022.08.3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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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후보자 한덕수·경제부총리 후보자 추경호
론스타 '먹튀 매각 과정' 책임론 나와
①2003년 외환은행 인수
추-재경부 실무자, 한-김앤장 고문
②2012년 외환은행 매각 때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③론스타-한국 정부 ISD 관련
추-정부 TF 위원장, 한-ISD 증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도
'론스타는 산업자본' 묵인한 의혹

한덕수(왼쪽)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추 후보자는 2011년 '먹튀' 논란이 일었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고, 우리 정부의 부실 대응 논란이 제기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소송(ISD)에서 정부 측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았다. 연합뉴스·뉴스1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약 10년 만에 재소환됐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 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각각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면서입니다.

당장 "두 후보자가 론스타가 '먹튀'하는 데 일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고요. "이들이 등용되면 론스타와 투자자-국가 소송(ISD)에서 우리가 불리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까지 나옵니다.

사람들은 왜 두 후보를 론스타와 연관짓는 것일까요. 아니 그 전에 왜 론스타를 보고 '먹고 튀었다'는 것일까요. '론스타 스캔들'을 관통하는 핵심 세 사건(외환은행 매입, 매각, ISD)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2003년 론스타, 외환은행 지분 51%와 경영권 인수

론스타 사건 일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론스타에 늘 '먹튀'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요. 원래대로라면 외환은행을 살 수 도 없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 그것을 되팔아 4조 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와 경영권을 인수하는데요. 2005년 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팔려고 할 때 인수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론스타에 넘기기 위해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부실 은행'이었기 때문에 살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회사 또는 금융지주회사여야 하는데, 론스타는 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실은행의 경우 조건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데요. 론스타는 이 단서 조항에 기대 외환은행을 인수했죠.

문제는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으로 분류될 만큼 사정이 어려웠냐는 겁니다. 보통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8% 미만이면 부실은행으로 분류하는데요. 외환은행 BIS 비율이 내부 이사회에서는 10%로 보고됐는데, 금융감독원에는 6.16%로 보고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조작' 의혹이 커졌죠.


2006년 12월 8일 한국일보 1면.

이에 2006년 한 해 우리나라는 '론스타 정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6년 2월 국회의 감사 청구, 4월 감사원의 특별감사 및 검찰 수사 요청을 거쳐, 12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 4명이 배임 혐의로 기소될 때까지 일년 내내 론스타 얘기로 떠들썩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변 전 국장과 이 전 은행장 등 정부와 외환은행 측이 외환은행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정상가보다 3,443억~8,252억 원 낮은 가격에 팔았다며 외환은행 매각은 '불법'이라고 결론냅니다. 또 2003년 7월 25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렸던 이른바 '10인 회의'가 이를 주도했다고 판단합니다.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 감사 결과를 실은 2006년 6월 20일 한국일보 3면.

여기서 추 후보자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추 후보자 역시 변 전 국장과 함께 10인 회의에 재경부 관계자로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추 후보자는 당시 은행제도과장이었습니다. 10인 회의 이틀 전 준비 문건을 직접 작성할 정도로 깊숙이 개입돼 있었죠.

한 후보자는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전관이었죠. 이후 한 후보자가 론스타가 제기한 ISD 증인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그도 어떤 역할을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한 후보자는 2006년 감사원의 론스타 특별감사 당시 노무현 정부의 경제부총리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은 파산상태로 갔을 것"이라고 옹호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제기되는 의혹에 관해 한 후보자는 "국가 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관여한 적이 있지만 김앤장이라는 제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 "김앤장이 론스타 법률대리를 하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고요. 추 후보자는 "그동안 여러 절차가 진행됐고, 대법원에서까지 문제가 다 정리된 부분"이라며 해명이 모두 이뤄졌다는 취지로 항변했죠.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인터뷰를 실은 2006년 4월 6일자 한국일보 15면.

추 후보자가 언급한 법원 판단을 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에 넘겨진 변 전 국장, 이 전 은행장은 1, 2, 3심 모두 무죄를 받습니다. 당시 변 전 국장의 1심 최후 진술이 화제가 되는데요. "관료는 숭례문에 불이 났을 때 지붕을 뜯고 진화할 수 있는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며 숭례문 방화사건에 빗대 외환은행 매각은 최선의 정책적 판단이었음을 주장합니다.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입니다. 1심 재판부 "(낮은 가격에 매각한) 부적절한 행위를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매각이라는 전체 틀에서 엄격하게 봤을 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합니다. 핵심 쟁점이었던 BIS 비율 조작에 관해서는 "론스타의 인수 가격을 고의로 낮춰 주거나 론스타의 인수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죠.

2심 재판부도 "정책적 판단과 실행의 문제",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행정적 책임이 아닌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 선고를 유지하죠. 기소된 지 약 4년 만인 2010년 10월 대법원은 변 전 국장 등의 무죄를 확정합니다.



② 2012년 론스타, 논란 속 외환은행 4조 7,000억 원 남기고 매각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다룬 2010년 11월 29일 한국일보 17면.

2012년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털고' 한국을 떠납니다. 앞서 2005년 말부터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되팔려고 했다고 말씀드렸죠. 론스타는 2006년 국민은행과 매매계약을 했으나 당시 검찰 수사 때문에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하고요, 2007년엔 외국계은행 HSBC와 계약을 맺었으나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HSBC가 인수를 포기합니다.

세 번째 인수 대상자인 하나금융은 2010년 인수를 공식화하는데요. 이번엔 '외환카드 주가조작' 재판이 발목을 잡습니다. 대법원이 2011년 3월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를 유죄 취지로 뒤집어 파기환송했기 때문입니다.


2011년 3월 12일 한국일보 12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란 2003년 11월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이 감자(자본금을 줄이는 일)설을 퍼뜨려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린 뒤 싼값에 주식을 샀다는 내용입니다. 검찰은 주가조작 사건에 론스타가 개입됐다고 보고 2007년 유 대표를 재판에 넘깁니다.

이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만 보면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 판단을 했는데요. 대법원은 유죄가 맞다고 보고 다시 판단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죠.

유 대표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다면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41%에 대해 강제 매각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은행법에 따라 대주주가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을 경우 10% 이상 지분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 100여 개를 둔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이 2011년 5월 뒤늦게 밝혀진 겁니다. 즉 론스타가 '금산분리' 원칙을 어겼다는 거죠.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것으로, 기업의 최대주주가 금융회사를 개인 지갑처럼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용합니다.

나중의 일이지만 우리 정부가 2008년부터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2014년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통해 드러납니다. 산업자본으로 인정되면 4%가 넘는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정지됩니다.

정리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려면 ⓐ법원 판결에 따라 금융당국이 론스타에 외환은행 주식 강제 매각명령을 내려야 하고,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해 처분한 뒤 ⓒ하나금융의 인수를 승인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었던 겁니다.


2011년 11월 19일 한국일보 1면.

금융위원회는 유 대표의 재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각 결정을 미루다가, 파기환송심 선고 한 달 뒤인 2011년 11월 론스타에 외환은행 주식 매각을 명령합니다. 그러나 '매각 조건을 붙인 징벌적 매각명령'이 아닌 '조건 없는 매각 명령'이었죠. 론스타로서는 지분을 팔 곳(하나금융)이 정해져 있었으니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습니다.

야당(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외환은행 노조,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반발이 나왔습니다. 요약하면 "각종 불법에 연루된 론스타에 정부가 면죄부를 씌워줬다", "론스타가 처벌 없이 한국을 떠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줬다"는 주장이었습니다.


2012년 1월 28일 한국일보 6면.

심지어 이듬해인 2012년 1월 금융위는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립니다. 즉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보유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별도 지분매각 명령은 내리지 않겠다는 거였죠. 당시 금융위는 '법문상 산업자본이긴 하지만 외국자본에까지 국내 법을 적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 또 한 번 비판에 직면합니다.

그리고 같은 날 하나금융의 인수를 승인하죠. 론스타는 외환은행 처분으로 4조7,000억 원을 챙깁니다. 여기서 추 후보자의 이름이 또 나옵니다. 당시 추 후보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습니다.



③ 2012년 론스타, 한국 정부에 5조원 짜리 ISD 제기

2015년 5월 15일 한국일보 16면.

2012년 한국을 떠난 론스타는 그해 말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한국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는 바람에 외환은행을 제때 못 팔아서 약 2조 원 손실을 봤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또 "한국 국세청이 외환은행 매각대금 등에 10% 세금을 매긴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외환은행의 실소유주는 벨기에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LSF-KEB홀딩스)라면서요.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요구한 금액은 46억7,900만 달러. 2015년 기준 우리 돈으로 약 5조 원입니다. 론스타가 승소할 경우 벨기에 과세 당국에 낼 세금 2조3,000억 원, 매각 지연으로 생긴 손해 1조8,000억 원, 한국 정부가 부과한 세금 8,000억 원을 합친 금액입니다. 사실 5조 원 책정 근거는 2020년 KBS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진 겁니다. 우리 정부가 진행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KBS는 우리 정부가 ISD에 부실 대응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면 한국 정부가 이길 수 있다. 국내법을 위반한 투자는 소송 요건 자체가 성립 안돼 ISD는 각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산업자본 쟁점은 다투지 않기로 론스타와 합의해 의문'이라는 게 보도의 요지입니다.

여기서 또 추 후보자 이름이 등장하는데요. 첫 심리가 진행됐던 2015년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었던 추 후보자는 론스타 ISD에 대응하기 위해 꾸린 태스크포스(TF)의 위원장이었습니다. 론스타와의 소송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 정부 인사청문회서 론스타가 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지 이해되셨나요. 추가하자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도 론스타와 연관이 있습니다. 2008년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자인했을 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가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세 사람을 지목해 "자격을 철저히 검증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19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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