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다" vs "뒤통수다" … 김현숙 후보자에 여성계 보혁도 '동상이몽'

입력
2022.04.14 18:40

폐지하겠다며 인구·보육 전문가 장관에
진보·보수 성향 단체 '의도' 해석 제각각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뉴스1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모습. 뉴스1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김현숙 대통령 당선인 정책특보가 지명되자 여성단체들의 해석도 보수, 진보 성향에 따라 제각각으로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어쨌든 여가부를 유지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다른 한편에서는 결국 여가부를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상반된 비판이 공존한다. 신중한 고려 없이 '여가부 폐지'만 덜렁 던져놓다보니 제각각의 해석이 다 달라지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

"'여성' 지우기 안 돼" 진보 성향 결집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14일 전국여성연대, 불꽃페미액션, 진보당, 녹색당 등 11개 단체는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을 출범하고 "성평등 추진체계 강화 방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오는 16일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등 진보성향 단체들 주도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가 열린다. 성평등 전담 부처가 필요한 이유를 각계각층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발언하는 행사다.

전담 부처 존치 요구는 후보자 임명 후에 더 거세지고 있다. 김 후보자가 윤 당선인 후보시절 출산과 양육 공약 설계를 맡았던 점을 보면 '여가부 쪼개기'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여연 관계자는 "가족과 아동, 인구에만 방점 찍는 부처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을 출산하는 몸, 돌봄의 전담자란 성역할에 가두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성평등이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왜 여지 남겨" 보수단체도 비판

보수성향 찐(眞)여성주권행동이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 철회 및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찐여성주권행동 제공

보수성향 찐(眞)여성주권행동이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 철회 및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찐여성주권행동 제공


보수성향 여성·학부모단체들도 잔뜩 화가 났다. 이들이 모인 '찐(眞)여성주권행동'은 전날 연 기자회견에서 "뒤통수친 윤석열, 지방선거 두고 보자" 등 날 선 구호를 쏟아냈다. 장관 임명 자체가 여가부 폐지 안 하겠다는 뜻 아니냐며 여가부의 완전한 해체를 요구했다. 또 다른 보수성향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애초 보육과 돌봄을 가져와 큰 부처로 키우거나, '가족부'로 바꾸고 양성평등은 각 부처에 맡기는 방식을 원했던 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현영 찐여성주권행동 공동대표는 "여가부 장관 지명 철회와 여가부 폐지 공약 이행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듣기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면담을 신청했다"며 "답변을 기다리면서 집회나 기자회견을 계속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의도적 불확실성… 논쟁 장기화 불가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폐지를 일단 유예시켜 놓고 장관을 임명한 걸 두고 여성계는 지방선거 등을 감안한 '의도적 불확실성'이라고 본다. 인수위는 정부조직 개편을 새 정부 출범 뒤로 미루면서도 여가부 폐지 공약은 유효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지층을 달래면서 여가부 존치론자 자극을 회피하는 전략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그렇게 폐지가 확실하다면 당장 하지 굳이 해체를 위한 대리인까지 세우는 소모적 절차를 왜 거치겠나"라며 "반페미니즘 선동을 이용하던 대선 때와 달리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건, 반발하는 목소리를 덜 자극하면서 시간만 (지방선거) 뒤로 미루려는 정치적 셈법"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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