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에 화들짝...현직 검사가 방송 인터뷰에 응한 까닭은

입력
2022.04.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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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석 대검찰청 형사정책담당관...'검수완박' 반대
"돈·권력의 중대범죄형 대응 무력, 국민 고통 커질 것"
"검사에 영창 청구 권한은 사실상 수사권 인정한 것"
"기자의 취재 권한 박탈한 것과 비슷한 상황 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배우한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배우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과 관련해 14일 검찰 간부가 연이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검찰청은 '검수완박'에 반대하기 위해 현직 검사를 방송 인터뷰에 나서게 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 나서고 있다.

최지석 대검찰청 형사정책담당관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수완박'이 입법화될 경우 △진술 혹은 물증 확보 없이 수사기록만 의존 △반부패 수사 역량 후퇴 △영장 청구 권한에 대한 위법 가능성 등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기자가 취재원을 절대 만날 수 없고, 취재 내용에 접근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검사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 나섰다. 해당 방송에 따르면 이번 인터뷰는 방송사가 대검찰청에 공식적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고, 검찰이 내부 논의를 거쳐 출연을 결정했다. 검찰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로 한 것이다.

최 검사는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결국 검사가 사람으로부터 진술을 듣거나 물증을 확보하는 등의 활동을 전혀 할 수 없고, 검찰은 작성된 수사기록만 보고 기소할지 말지 결정하라 이런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은 더 커지고, 특히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의 중대범죄형 대응이 무력해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즉 사건 처리가 더 지연돼 "국민은 크게 고통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기소·수사권 모두? OECD 국가 중 27개국 검사의 수사기능 인정"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총회에서 검찰·언론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총회에서 검찰·언론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뉴스1

민주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모두 갖고 있는 검찰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며 '검수완박' 입법 추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 검사는 '기본적으로 검찰은 기소권을 가지면서 경찰 수사를 점검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맞는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 세계적 제도에 관해 보면 민주당에서 말씀하시는 부분이 저희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에서 적어도 27개 정도 국가에서는 헌법이나 법률에서 명문으로 검사의 수사기능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만 봐도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이 증권금융 관련 대형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사건들을 수사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며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이른바 저희가 참고할 만한 선진 법제에서는 적어도 중요한 범죄에 대해선 검사가 나서서 수사부터 재판 전체까지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오수(가운데)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박광온 위원장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면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오수(가운데)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박광온 위원장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면담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전날 '검수완박' 입법 당론 채택에 대해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 검사는 헌법 위반 소지 여부에 대해선 "우리 헌법은 수사기관이 무엇이다 이렇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없다. 다만 체포나 압수수색 강제수사에 관해 규정하면서 영장의 청구권자로서 유일하게 검사를 정하고 있다"며 "결국 수사라는 국가 작용에 관해 그 주체로 헌법에 규정돼 있는 것이 검사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법률을 통해 다른 기관을 수사의 주체로 정할 순 있으나 헌법에 수사 주체로 규정돼 있는 검사를 법률로 수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 헌법정신에 반한다, 이런 의미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을 청구하는 권한을 준다는 것은 사실상 수사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검수완박? 기자가 취재원과 절대 만나면 안 되는 것과 비슷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배우한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배우한 기자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과 관련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범죄수사 대응 능력과 반부패 수사 역량 후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최 검사는 '부패수사 역량 후퇴는 경찰의 수사 능력에 대한 선입견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경찰이 여러 좋은 수사들을 많이 하고 계신다. 다만, 이 문제는 중요한 범죄, 법률의 적용이나 증거확보, 이런 차원에서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범죄들 같은 경우 직접수사의 영역에서 수사 초기부터 재판 과정 전체까지 소추하는 사람이 직접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기관이나 조직이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인원이나 설비 등 하드웨어 말고 또 소프트웨어 수사 역량이랄까, 노하우 이런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며 "이게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보니, 저희가 담당하고 있던 영역을 경찰에 이전했을 경우에 그것이 자리 잡을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그동안 생기는 혼란이나 부조리 이런 것들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 검사는 '검수완박' 입법이 이뤄진다고 해도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은 살아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일단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선 경찰에 계속 보완수사 요구를 한다든지 이런 개념인 것 같은데, 일단 시간이 많이 걸릴 거고 어떤 수사 결과에 대해서 소추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증거 확보가 효율적으로 될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유하자면, 기자분들이 좋은 기사를 쓰셔야 하는데 취재원은 절대 만나면 안 되는 거랑 비슷한 것"이라며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인적, 물적 근거나 증거 이런 것을 어느 정도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느냐 이런 게 굉장히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직접 취재원이나 취재 내용에 전혀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떠실까, 이런 차원에서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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