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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검수완박, 범죄자만 살판 날 것...경찰의 부실 수사에 손 못 써"

입력
2022.04.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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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수사권조정 1년 겪어보니..."이 정도면 손절각"
"'국가 수사 총량 줄 것'이란 주장, 범죄단체나 할 말"
"검수완박해도 검찰 수사 통제권은 복원해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검수완박' 관련 개정안을 4월 중 국회 처리하기로 당론을 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검수완박' 관련 개정안을 4월 중 국회 처리하기로 당론을 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개정안에 대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공개 반대 의견을 냈던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범죄자만 살판 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보완책을 요구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후 상당수 형사사건 수사가 미뤄지면서 공소시효를 넘기는 피해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13일 CBS라디오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 책임자가 경찰로 바뀌게 되는 데에 기대가 많았지만, 1년을 지나고 보니까 '이 정도면 손절각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며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공범 여덟번 이사...관할 경찰 계속 바뀌어"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김예원 변호사. 최근 '검수완박' 개정안 강행처리를 예고한 민주당을 향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JTBC 제공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한 김예원 변호사. 최근 '검수완박' 개정안 강행처리를 예고한 민주당을 향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JTBC 제공

무엇보다 "100만 원, 200만 원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에 피해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우선 소속 법률사무소가 "장애가 있거나 아동, 고령자거나 배움의 기회가 전혀 없는 분들이 인권 침해나 범죄 피해를 당하는 경우 무료로 지원하는 일만 하는 비영리사무소"라고 소개했다.

그런 사무소에서 변론한 피해 사건들이 수사권 조정 후 "아무 근거도 없이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한다든가, 변호사가 고소장을 써 갔는데도 증거를 더 가져오라고 한다거나, 피해자가 당한 범죄를 죄명별로 각각 고소장을 써와서 각각의 과에 다 제출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사 속도는 이전보다 더뎌졌다. 그는 "예전 같은 경우에 당연히 다 구속"시켰을 성범죄 공범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다가 수시로 이사를 가고, 그럴 때마다 사건이 관할 주소지 경찰로 "8번이나 이송됐다"는 사례도 덧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문조사도 이런 부작용을 증명하고 있다. 대한변협이 지난해 12월 1~24일 회원 511명을 대상으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7%(341명)가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과 비교해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경찰의 수사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거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사실과 맞지 않다"면서 "기존에 검경의 합리적 분업 체계가 수사 단계에서 존재했었다"고 답했다. 정부와 국회가 짧은 기간, 광범위하게 수사권을 조정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하루아침에 경찰 너희가 다 (수사)해라 말하고 (6대 범죄 제외하고) 99.9%를 탁 던져버리면, 사람이 의지만으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사건은 계속 쏟아져 들어오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으니까 '될 대로 되라'는 느낌으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인력 보충 등 수사권조정 부작용부터 없애야"

2018년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아랫줄 오른쪽)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박상기(아랫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당시 법무부 장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서재훈 기자

2018년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아랫줄 오른쪽)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박상기(아랫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당시 법무부 장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서재훈 기자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개정안에는 6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 박탈만 들어 있는 게 아니다. 김 변호사는 "(개정안은) 수사권 조정 후 이의신청 제도를 통해 그나마 검찰이 보완하던 경찰의 부실 수사를 전혀 손쓸 수 없게 된다는 심각한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기소권만 갖는 경우 상당수 범죄가 부실 수사로 공소시효를 넘길 수 있고, 기소했더라도 피고인 유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 없이 공판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검찰의 수사권 박탈 후 중대범죄수사청이 성과를 보이기 전까지 상당 기간 권력형 범죄가, 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말처럼 "증발된다"는 문제도 있다. 김 변호사는 "어떻게 국회의원이 '수사의 총량을 증발시켜야 된다'는 얘기를 하냐"며 "그런 얘기는 범죄단체에나 하는 말"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는 범죄 피해자가 형사재판을 열어달라고 법원에 직접 요구할 수 없는 만큼 "수사 총량을 증발시켜야 된다"는 황 의원의 얘기는 국가가 범죄 수사를 덮겠다는 말과 같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으로 검찰 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서신을 같은 당 의원들에게 보낸 데 대해 황운하 의원을 국기문란, 국가이익우선의무 및 직권남용금지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수사권 조정 1년을 겪은 변호사들은 경찰 수사지연에 대한 보완책으로 '인력확충과 교육 등 경찰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35%‧177명)'고 제안하고 있다(대한변협 설문조사). 아예 검경수사권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33%(169명)에 달했다.

김 변호사도 "공권력은 통제돼야 한다. 수사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아주 강한 공권력"이라며 "만약에 검수완박을 하시더라도 모든 사건을 피해자가 요청하지 않더라도 검찰이 수사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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